나는 성숙한 사람인가?

by Aarushi

어쩌다 햄버거가 당기는 날엔, 맥도날드다. 꼭 상하이 스파이시를 먹는데 이른 아침 집앞 그곳, 광화문 직장인 시절 출근 전 들렀던 시청역 맥카페, 유연언니와 만남의 장소였던 마포역 맥카페... 햄버거 한 입 야물게 베어 물으며 오물오물 그러다 좋았던 잔잔한 추억들이 고스란히 피어올라 내 입맛을 돋군다.


고새 자란 머리카락을 자르러 미용실에 갔다. 아무렴 뒷목이 훤한게, 시원시원하니 그게 낫겠다는 생각과 대학시절엔 보브컷을 즐겨했는데 경험상 단발 머리가 내게 긴머리보단 생기있어보이는 걸 경험적으로 알아서기도 하다. 휴가의 첫 날 아침을 이렇게 머리를 자르는 것으로 휴가지만 휴가같지 않은 여느 날을 소소하게 보내고 있는 중이다. 한동안 미뤄왔던 만나면 기분좋은 친구들과 약속도 잡고 무얼할까... 즉흥적인 성미라 아무렴, 계획을 그리 잡지도, 설령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이러려니 그러려니 한다. 그러다보니 이런 저런 것들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도 있다. 그저 즐기라! 내맡기라! 어디든 흘러가겠지...! 꼭 이런 마음가짐이다.


몇 개월 새 중단발이 되었는데 깔끔하게 싹둑 잘랐다. 이토록 개운할 수가. 이토록 가벼울수가. 이른 아침 찾은 미용실에서, 또 아주 내 마음에 쏙 든 머리를 보고선 확실히 기분전환이 됐다. 검색해보고선 즉흥적으로 고른 그곳에서 생기 있는 헤어스타일리스트를 만났고 그 밝은 기운으로, 내 머리를 잘라주었으니 나의 머리가 아주 생기있게 나오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싶다. 미용실에서 헤어스타일리스트와의 만남도 우연인듯 우연이 아니란 생각이 있다. 기운이 맞아야 된다는 것도.


본래 굵은 웨이브를 할까 싶어 시간을 넉넉히 잡고 예약을 했는데 막상 내 머리를 보니 굳이 펌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했다. 그러곤 커트만 했는데 이곳은 본래 샴푸를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샴푸시 오천원을 받는다고 했다. 막상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에 들어서니 오늘은 펌하는 줄 알고 오셨으니 커트값만 받는다고 했다. 나보다는 훨씬 어린 나이일 것 같은 상냥하고 생기있고 친절한 헤어 스타일리스트에게 나는 커피라도 사다주고 가야겠다.했다. 별 거 아니지만 헤어를 받는 내내 좋은 에너지를 주고 받은 상대에 대한 작은 감사의 마음이었고 이십대 초중반 나이의 나와 오버랩되면서 무언의 응원 메시지 혹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 존중...이런 마음이었다.


커피 하나를 테이크 아웃하고선 전달해주고 인사만 하고 휘리릭 나왔다. 다른 손님의 머리를 하고 있던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달려와 반갑게 마중해주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 얼마나 기분 좋아지는 것인가. 마음 따뜻해지는 소소한 친절과 행복 아니겠는가. 그러는 사이, 문득 그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압구정 지점에서 근무하던 때, 어떤 고객은 농장에서 따왔다고 상추를 가져다 주시기도 하고 여행갔다 왔다고 데이츠나 먹을 거리를 가져다 주신 분들도 있었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지혜나 혜안들을 전해주는 고객들도 있었고 가방에서 쏙 꺼내 먹을거리를 내미는 고객들도 있었고 내게 업무를 보지 않아도 늘 반갑게 아름다운 하루 되세요.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게 분명 다름 아닌 친절, 존중, 사랑, 감사.아니었을까. 케이크와 커피를 쏙 놓고 가는 분들도 있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글을 써내려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어쩜 이리 행복한지.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생각만으로도 이토록 날 미소짓게 만드는 추억들이 많다니.


부쩍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었나.싶은 나날이지만, 아무렴 누구에게나 공평한 젊음인 것을. 돌이켜보니 모든 것은 다 한 때다.라는 생각도 있다. 지금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보다 나와의 시간이, 혼자만의 시간이 가장 즐겁고 편안하니, 고독은 나의 벗이 된 지 오래라 지난 시절 떠올리면 그때 그랬지.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싶고 그 또한 다 한 때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절로 알아차려지는 것들이 있다.


성숙해진다는 게 무얼까. 나는 성숙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가 있다. 성숙해지고 있는 과정이 아닐까. 영글어 가고 무르 익어가는 과정이 아닐까.한다. 누구에게도 그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는 마음이 큰데, 기대하는 마음이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기대에 굉장히 의연해졌다는 점에서 나는 성숙해 가고 있는 과정이 아닐까.한다.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일에서도, 세상사에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 생사여일, 삶과 죽음은 하나다라는 걸 인식하고 죽음을 알아차리며 사는 삶,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다 받아들이겠다.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할 수 있다.는 그 마음.이 켭켭이 쌓여가는 걸 보니 성숙해지고 있는 걸까...이런 방식으로 실감한다.


성숙함이란 나이 들어간다고해서 절로 얻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자기 만의 언어로 점철된 질문을 그 자신 스스로에게 해본 적이 있는 사람,

치열한 자기 대화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

살면서 오는 어려움이나 고통을 자기 안에서 끄끝내 극복해 낸 경험이 있는 사람,

성숙함은 기운, 아우라, 분위기처럼 꼭 그렇게 여유.라는 이름으로 절로 드러나는 것이다.


나는 성숙한가? 나는 성숙한 사람인가?

내 안에서 일어난 이 질문 하나가 기어코 지난 시절을 추억하게 함으로써 미소짓게 했고 성숙한 사람에 대하여 글을 쓰게 했다.


성숙해진다는 건, 고도로 점철된 자기 안의 여유다.

성숙한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 분위기, 아우라, 눈빛, 그 사람만의 언어... 나는 이런 것들에 매료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 안에 세상이 있으니, 두려움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