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날 어디론가 데려가겠지

by Aarushi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잠.이다. 잘 자는 것. 최소 8시간은 자려고 한다. 그렇게 푹 잘자고 나면 묵혔던 지난 것들이, 어제의 것들이 이미 날아가고 없다. 오직 지금 이 순간, 침대에서 일어나 이불을 걷어 앉은 나. 지금 이 순간이 남는다. 그래서 실은 몸이 좀 힘든 것이. 몸과 발이 피곤한 것이 노곤한 걸 선호할 때가 있다. 그런 상태에서 잠이 들면,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눈떠보니 아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후의 개운함, 꿈꾼듯한, 새로 태어난 듯한 기분이 날 살게 한다. 속상한 마음을 붙잡고 있던 밤이었는데 나는 그렇게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눈떠보니 아침 7시였다. 족히 8시간은 잔 셈인데 역시나 잠.이 최고야.하면서 힘차게 이불을 박차고 나왔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내 기분은 분명 어젯밤의 그것보다 훨씬 나아졌다. 지난 밤의 것들은 사라졌다.


장도 좀 봐야하고 컨디션도 좋고 아침 시장을 갔다오자하고선 고양이 세수를 하고 집을 나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테이크아웃하고 노래를 들으며 한산한 토요일 아침의 도로를 달렸다. 아주 한산한 이른 주말 아침에 드라이브 하는, 그 모먼트를 좋아하는데 오늘 아침 그 모든 것이 내겐 완벽해 보였다.


소소하게 시시하게 올라오는 감정들, 걱정거리들, 불안, 두려움, 집착들... 그것들이 과연 실체가 있는 거란 말인가? 이토록 금세 사라지는 것인데, 이렇게 또 알아차린다. 내 안에서 쉼 없이 들려오는 건, "Follow your instinct!"였다. 도대체 무얼 연기하고 있는가? 무얼 망설이고 있는가? 지난 1년을 보렴. 용기내지 못해, 두려워만 하다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 그런데도 여전히 망설이기야?..." 나와의 내면소통이 쉼없이 이어진다. 가는 동안 도무지 멈추질 않았다. 주차를 하고 시장에 들어서니 늘 그렇듯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내가 새벽시장, 아침 시장을 좋아하는 이유도 실은 이런 생명력, 비비드함 때문이기도 한데, 특히나 어두컴컴한, 동트기 전 하늘을 풍경삼아 천변을 따라 늘어선 싱싱한 식재료들, 시장 상인들과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곳에 머물다보면 활력이 돋는게 있다.


"거기에서 빠져나와야 해..."라는 말도 불쑥 튀어나온다. 거기.란 날 힘겹게 하는 날 괴롭히는 나 자신이 만들어낸 그곳.이겠다. 그것이 무엇이든 묵혀온, 지난 슬픔과 상처와 내 안의 우울, 불안, 두려움이 가득한 그곳.말이다. 그곳을 빠져나오는 것도 결국 나의 몫이겠다. 그곳을 빠져나와 분명 나아가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거기에 머무르면 결국 그 화살도 나 자신이 맞는다는 걸, "그곳에서 빠져나와야 해. 나아가야 해..."라는 말은 실로 직관의 말이다.


가을이면 여러모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데,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될까?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Follow your instinct."... 무엇이 옳은 결정이라, 확신할 수 있겠는가? 삶은 늘 그래오지 않았나? 확신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것. 그저 그 결정을 내가 옳게 하면 된다는 것도. 아니어도 괜찮아.라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그리고 그걸 잘 극복하고 나아가야 할 삶의 지혜, 혜안, 안목, 스킬이 필요하다는 것도.


CHOOSE TO Be Myself...


이따금씩 마음이 불쑥 불편하거나 힘들때면, 알아차리게 된다. 아직 멀었구나.싶고 여전히 흔들리구나.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차릴 수 있다는 건, 나아가야 한다고 알아차릴 수 있다는 건 이 또한 나아감이 아닐까 한다. 지금의 나는 실은 기대하지 않는다.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일에서도... 무언가 기대하는 것보다 그저 묵묵하게 무던하게 씩씩하게 내 삶을 나아가는 것이 사는데 훨씬 유리하다는 걸, 마음이 훨씬 덜 힘든다는 것도, 그렇게 살면 웬만해선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돼서다.


무엇이든 기대하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아서기도 하고 그보단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는 괜찮아. 나는 무엇이 되지 않아도 무엇을 가지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어.라는 마음이 훨씬 일을 수월하게 유리하게 한다. 내려놓음이 외려 일을 술술 풀리게 한다. 그럼에도 종종 인간관계로 마음 쓸 일이 생기는데 그렇게 하루 정도 가만히 내 안을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해결되곤 한다. 내 안의 불편함이 있는 건 아닌지. 그럴 수 있지.하는 마음. 그것이 내게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아. 내게 그 어떤 타격도 줄 수 없지...!하며 나를 일으킨다. 그런 날은 평소보다 일찍 잠에 든다.


세상은 어쩜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 없는지... 이것은 어떤 투정이 아닌... 그것이 본래 인생이라는 걸 완전하게 온전하게 수용하는 말이다. 내 맘대로 하나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면, 그래? 그렇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 길에 내맡겨 둥둥 떠다니는 것 뿐 아니겠어? 마치 파도 위를 타는 것처럼, 파도가 절로 날 어디론가 데려가겠지. 그걸 받아들이면 되는 거 아니겠어? 진짜 내 맡겨보라구!... 이제 진짜 좀 즐겁게 재밌게 살면 안되겠니?... 쉬지 않고 들려오는 내 안의 소리다.


며칠 새 불편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다. 이토록 실체 없는 것임을 알고 직관을 따르는 삶, 좀 더 유연하고 좀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그렇게 나아가기를. 진실로 사람을 사랑하고, 너른 마음, 넉넉한 마음, 친절한 마음, 사랑, 연민, 감사, 수용의 삶을 살아가자.는 마음으로 가득찬 오후가 됐다.


"Follow your instinct, just do it."

파도를 타렴. 파도가 널 어디론가 데려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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