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죽을 수 있다

by Aarushi

오래 전 8월의 어느 여름날, 뙤약볕 속 그 시절 고흐가 걸었을 밀밭을 한참을 걸었다. 그러다 도착한 고흐의 무덤 앞에서 나는 한참을 앉아 있다 돌아왔다.


로댕 박물관안 야외에 놓여있는 생각하는 사람.동상 앞에서 나는 한동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설명할 수 없는 기운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마치 서로 마주보고 대화하는 듯했고 그렇게 그의 모습에 내 모습을 투영했다. Je pense que... 영어로는 I think that, 우리말로는 내 생각에는 정도로 해석될텐데. 그 동상앞에서 나는 너무도 자연스레 메멘토 모리.를 떠올렸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마음 속에 늘 새기는 말이기도 한데, 죽음을 기억하라. 이 단어는 내겐 그저 라틴어가 아닌 마법의 단어다. 죽음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죽음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내 삶은 크게 달라진다는 걸 몸소 체감한 탓일까.


"그대는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나는 언젠가 죽는다. 내 삶은 유한하다.라는 생각은, 살아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축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를 둘러싼 그 모든 생명과 에너지에 그저 경건해지고 초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산다는 건 죽어가는 과정이다.라는 말을 내 마음 속에 수시로 새기는데, 나는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 즉,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후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내 일상은 매순간 감사함으로 가득하다. 그러다보니 두려울 일이 없게 된다. 용기와 도전이라.는 녀석이 불쑥, 수시로 내 마음을 두드리곤 한다.


대학교2학년때이던가. 서울시립미술관 로댕 전시를 혼자 보러 갔었다. 한참이 지난 후 파리에서 로댕의 작품을 이런 방식으로 다시 마주할 줄이야. 이마저도 필연이었던가.하며 그 앞에 홀연히 서있던 내 모습이 유독 선명하게 그려지는 아침이다.


죽음을 명확하게 선명하게 느끼고 깨닫고 인식하면서부터 우울, 무기력감, 불안, 상처, 슬픔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에게서 한껏 자유로워졌다. 그 모든 것은 다 일시적일 뿐이며 허상일 뿐, 실체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 삶에 의연해지는 법도, 초연해지는 법도 같은 방식으로 배워나갔다.


사유하다 보면, 사색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럴때면 나는 곧잘 "이게 바로 알아차림인가. 깨어있음이구나!"한다. 그럴때면 나는 굉장히 직관적이면서 철학적이게 된다.


사유하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 사색하는 인간, 통찰하는 인간... 그럴때면 인간은 고차원의 매우 영적인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 깨달음으로 이뤄낸 통찰이 쌓여 성장하는 인간, 내.가 된다.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이지 않을까.싶다.


나이에 연연하지 말자.하면서도 그렇게 안되는 나이가 마흔.인 것 같다.


29에서 서른으로 넘어갈 땐아무렇지 않았고 대수롭지 않았는데, 서른이면 아직 마흔이 있다, 젊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마흔이 이제는 내게 코 앞이라는 생각이 들자,허무.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생이 이런거였던가. 이렇게 찰나였던가.하는 마음이 인다.


나의 마흔.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나.이길 원하는가.


서른 초반부터였던거 같다.

죽음.을 명징하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내게 죽음.을 기억한다는 건,

남은 생을 더 촘촘하게 살아가게 하는 원천이다.


독일의 소설가 장 파울은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무렇게나 책장을 넘기지만

현명한 사람은 공들여 읽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단 한 번 밖에 그것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단 한 번 뿐인 인생.

그래서 우리 생은 의미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죽음을 매일 기억한다.

불안하거나 걱정되는 일이 있으며

곧장 죽음을 소환한다.

그러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돼 버린다.

뭐가 그리 두려운가. 그렇게 혼자 자문한다.


곧 마흔인데,

시간이 어찌나 소중한지.

몇 초 몇 분 몇 시간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우울할 새가 없다.

두려워 할 새가 없다.

불안할 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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