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책을 통해 어떤 이론을 아는 것 자체만으로도 치유가 되기도 한다.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자기 이해가 커지는 것처럼 말이다.
막연한 불안감을 늘 안고 산다면, 그건 존재 자체에 대한 불안일 수 있다.
불안을 달고 살았다. 어떤 결핍감이 늘 있었던 것 같다.
고미숙 고전평론가의『나의 운명사용설명서』를 읽고 이런 감정이 해소되는 경험을 했다.
모두가 불완전함을 안고 태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니 내 고통이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다는 작은 깨달음이 밀려왔다.
지구는 기울어져 있다.
우리는 어긋남 속에 태어난다.
태어남 자체가 불완전하고, 이는 모든 존재가 가진 공평함이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이 사주팔자라는 여덟 글자 안에서 운명이 읽어지는 것이 동등하다.
"팔자 또한 그러하다.
여덟 개의 카드로 음양오행이라는 기운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골고루 다 갖춘다는 건 불가능하다.(아니, 무의미하다는 게 더 맞을지도). 결국은 어느 쪽으로든 치유칠 수밖에 없다. 넘치거나 모자라거나.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그래야만 태어난다는 점이다. 미리 밝혔듯이 천간과 지지 사이엔 두 개의 잉여가 있다.
천지는 태초부터 서북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자전의 축 또한 23.5도 기울어져 있다. 말하자면 우주는 완전한 원형이 아니다. 타원형이거나 아니면 약간 일그러진 형태의 원형이다. 이런 상태로 또 계속해서 돌아간다. 돌고 돌아 멈추지 않는다. 그럴수록 간극들이 쌓이고 쌓여 주름투성이가 된다.
결국 이 우주 속의 모든 존재는 이 주름의 산물이다.
당연히 넘치거나 부족할 수밖에 없다." p.121
"세상의 모든 팔자는 험궂은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이 기막힌 진리!
이 진리를 깨달을 수 있어서 비로소 '팔자타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첫번째 근거.
누구든 여덟 개의 카드뿐이라는 사실. 왕후장상이건 농민이건 브라만이건 수드라건 혹은 그 누구건 여덟 개 보다 많은 카드를 가질 수는 없다.
현실을 보면 슈퍼맨이나 영웅 혹은 대자본가가 있지만 운명의 차원에선 그들 역시 '팔자' 그 이상을 누릴 수 없다. 만약 그들의 부와 권력이 타고난 것이라면 대신 다른 것을 포기해야만 한다." p.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