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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와 찰리 Nov 19. 2019

중독될 게 따로 있지 ‘일중독’이 돼 버렸다

균형 잡힌 삶을 원해요

글 | 미지

새벽 5시에 일어나 30분 만에 준비를 마치고 버스 첫 차에 몸을 싣는다. 7시쯤 회사에 도착해 미지근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한다. 오전 9시, 아침 회의가 끝나면 곧바로 업무에 돌입. 정신 차리고 시계를 보면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근처 백반집에서 15분 만에 점심을 먹고 회사 건물 주변을 돌며 소화시킨다. 다시 사무실에 올라와 오후 업무를 시작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오후 3시만 되면 눈이 감긴다. 부리나케 자리에서 일어나 비상구 계단으로 향한다. 9층에서 5층, 5층에서 다시 9층을 뛰어 내려갔다 올라오면 잠이 깨있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의자에 앉아 남은 업무를 처리한다. 6시 퇴근은 기적 같은 일이다. 혹시라도 ‘칼퇴근’하는 날이 있다면 단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뿐. 미루다 보면 어느새 주말에 일하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칼퇴하겠다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렇게 야근이 시작된다. 깜깜한 밤이 돼서야 비로소 퇴근이다. 해도 안 뜬 새벽에 나와 해가 다 지고서야 집으로 돌아간다. 오늘 하루 햇빛 본 시간을 따져보며 그제야 가방 속 비타민D를 꺼내 먹는다.

사장님의 불호령이 떨어진 후 몇 달간의 일과를 정리해봤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하루에 내가 운동 아니 몸을 역동적으로 움직인 시간은 고작 30분. 몇 주간 주말 출근까지 하게 돼 주말에도 제대로 된 운동을 하지 못했다. 직장인들에게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은 여전히 좋은 이야깃거리다. 이 주제로 밤샘 토론도 가능하다. 내 경우엔 워라벨 생활을 즐기지 못해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크다. 특히 하루 30분 숨이 턱 막히는 운동할 여유조차 없어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새벽에 일어나 30분 달리기를 잠깐 했었지만 이내 포기했다. 잠을 충분히 못 잔 상태에서 운동을 하니 죽을 맛이었다.         활동량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섭취하는 음식의 양까지 줄었다. 몇 달 사이에 3kg 정도 몸무게가 줄어 있었다. 타고난 체력이 좋아 아직까지 버틸 수 있었으나 곧 ‘번아웃*’ 비슷한 것이 올 것 같았다. 정녕 퇴사만이 답일까. 며칠 전 독립서점에 들러 잡지책 한 권을 샀다. 바다출판사에서 만든 철학잡지 <뉴필로소퍼 New Philosopher> 8호이다. 호주 잡지를 번역해 한국어판 계간지로 나오고 있다. 8호의 주제는 ‘균형 잡힌 삶을 산다는 것.’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기술철학자이자 작가인 톰 챗필드가 쓴 ‘균형 잡힌 삶이 항상 좋다는 환상’이다.

평소 철학에 관심이 있었지만 어려운 철학 용어 때문에 철학관련 서적을 읽기 망설였던 이들에게 추천한다.   


p. 33 많은 사람들은 균형이 항상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균형을 잃었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중략)…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는(그렇게 하기가 어려울지라도) 자명하다. 선택 가능한 것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두루 파악해서 균형을 잡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균형 강박에서 벗어나기

내가 생각해오던 균형이란 50대 50을 의미했다. 정확히 반반으로 나눌 수 있어야 기울어지지 않고 정확한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준은 내가 정하면 그만이다. 균형 잡기에 몰두하면 또다시 기울어지고 만다. 균형에서 벗어나는 것이야 말로 균형 잡힌 삶을 위한 첫 번째 과제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반반. (출처: 네네치킨)

본론으로 돌아가 다시 운동 이야기를 해보자.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오르기, 아침에 사무실에서 스쿼트, 점심시간에 30분 정도 산보, 퇴근 후 역까지 뛰어가기 등이 있다. 이외에 주말에 1시간 이상의 유산소 운동, 혼자 코인 노래방 등을 포함하면 꽤 좋은 성과다. 말만 늘어놓지 말고 다음엔 기록과 변화로 돌아오겠다.      *번아웃 증후군: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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