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별이 되다(보물)

춤추는 별이 되다

by 진정성의 숲


"아! 아앙앙앙~! 나 죽으면 어떡해?"


누군가 나를 들고뛰고 있었다. 왼쪽 이마 밑으로 새빨간 피가 흘렀고 손으로 피를 닦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 전체와 팔까지 내 스스로 피는 내 몸에 묻히고 있었다. 그렇게 빨간색이 온몸에 번져가는 것 같았다. 왼쪽 머리가 못에 찔린 것처럼 엄청 따갑고 아팠다.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희미하게 날 들고뛰는 낯익은 얼굴이 보일 때쯤 온몸에 힘이 빠지는 듯했고 그다음부터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괜찮아? 괜찮아? 은성아! 흑흑흑"


잠에서 깨는 것처럼 살짝 눈이 떠졌고 엄마가 날 아래로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가 살짝 아팠지만 괜찮다는 의미로 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언제나 그랬다. 엄마가 울고 있으면 난 엄마를 울지 않게 했다. 엄마가 울면 내 가슴에 커다란 원으로 뚫려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 원으로 차디찬 바람이 지나갔고 너무 추웠다. 그렇게 엄마를 안심시키고 난 후 엄마 뒤로 누군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아빠였다.


아빠가 우리에게 다시 돌아왔다. 날 들고뛰었던 사람도 아빠였다. 어떻게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에 돌아온 건지 모르겠다. 아빠는 엄마 뒤에서 한마디도 안 하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아빠가 보고 싶었다. 거의 1년 만이다. 엄마가 실망할 까봐 말을 하지 않았지만 사실 난 아빠가 좋았다. 아빠는 힘도 세고 키도 크고 잘생겨서 어딜 가나 인기가 좋았다. 아빠랑 다니면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다 즐거워했다. 아빠는 사람들에게 다정해 보였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우리 엄마.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뛰어갔다. 할머니 포장마차 옆에서 동네 애들이랑 놀고 있던 은수의 손을 낚아채 시장으로 뛰는 순간 갑자기 내 앞으로 커다란 자전거가 나타났다. 난 피할 새도 없이 자전거와 부딪혔고 내가 쓰러진 위로 자전거가 내 머리 위로 한 번 더 쓰러져 날 덮쳤다. 그렇게 쓰러져 울음이 터지는 순간 어디선가 아빠가 나타나 날 들고 병원으로 뛰었던 거다. 언제나 그랬다. 몇 개월에 한 번씩 집을 나갔다 들어왔던 아빠와의 만남은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이뤄졌다. 어디 있었냐고 왜 이렇게 오래 있다 왔냐고 투정을 부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언제나 이런 질문을 하면 아빠는 아무렇지 않게 한 번도 집을 나간 적이 없었던 것처럼 말했다.


"우리 은성이 아빠가 많이 보고 싶었던 거 알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너무나 자연스럽지 않은 우리에게 돌아왔다.


난 머리를 다섯 바늘 정도 꿰맸고 다행히 더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다. 다시 일상이 시작됐지만 전과는 다른 일상이었다. 아빠가 돌아오면 조용했던 집이 시끄러워진다. 아빠는 매일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왔고 엄마는 그런 아빠와 싸웠다. 말뿐이 아니라 몸으로 싸웠다. 술 취한 아빠를 엄마를 손톱으로 잡히는 대로 할퀴었고 아빠는 취기에도 아팠는지 엄마 머리카락을 잡고 얼굴을 마구 때렸다. 그러게 엄마가 쓰러지면서 싸움은 끝났다.


아빠가 돌아오고 내 마음은 몇 백 바늘을 더 꿰매야 했다.


그래도 아빠가 집에 들어오는 밤이 아닌 낮에는 나름 평온했다. 아빠가 돌아오는 날 미안함의 표시로 가져온 금성 텔레비전은 나와 은수에게 보물이었다. 티브이에 나오는 부잣집 대문처럼 텔레비전에 양쪽으로 열리는 문이 있었고 밑으로 다리가 네 개가 달려있었다. 은수와 난 라면을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는 게 너무 행복했다. 그런데 단점이 있었는데 채널을 돌리려면 엄마가 팔던 뺀지로 툭 튀어나온 개봉을 잘 돌려야 했다. 처음부터 이 텔레비전에는 채널을 돌리는 게 없었다. 그리고 채널을 하나밖에 볼 수 없었다. 사실 이 텔레비전은 아빠가 아는 동생이 고물상을 하는데 거기서 얻어온 거라고 했다. 엄마는 우리가 뺀지로 채널을 돌리다 감전되면 어떻게 하냐고 질색을 했지만 은수와 나는 너무 좋았다. '달려라 하니'부터 '떠돌이 까치'까지 한번 틀면 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행복도 잠시였다. 아빠가 돌아온 지 3개월 만에 우리 집에는 도둑이 들었고 텔레비전은 그 후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다시 3개월 후 아빠도 다시 사라져 버렸다.


아빠가 사라진 날 밤 난 꿈을 꿨다. 나는 하늘 위로 떠 있었고 땅 아래로 티비를 훔쳐가는 도둑이 보였다. 그리고 한 참 후 까만 가방 하나를 들고 집을 나가는 아빠의 모습을 보았다. 나는 아빠한테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아빠! 가지마! 제발 가지마! 제발..."


-진정성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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