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별이 되다(오징어 세상)

춤추는 별이 되다

by 진정성의 숲


"엄마, 우리 이제 또 어디로 가는 거야?"


"음. 은성이 학교 가까운 데로 갈 거야. 그동안 힘들었지?"


"아니. 난 괜찮아."


우리는 옐로 하우스에서 1년을 살고 이사를 했다. 아니 이사를 해야만 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할머니가 더 이상 그곳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우리가 살던 방도 빼줘야 했다. 이사하기 전날 밤 엄마는 표정이 어두웠지만 난 기분이 좋았다. 이제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학교에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리고 왠지 이사 가는 동네에는 같이 놀 수 있는 애들도 많을 것 같았다.


일요일 아침.

용달차가 집 앞에 섰고 세탁소 아저씨가 무거운 짐은 옮겨주었다. 용달차 뒤쪽에 있는 창문으로 할머니가 보였고 나는 아주 약하게 손을 흔들었다. 할머니는 우리에게 어디로 가는지 알려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할머니는 다시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용달차는 30분을 달려 주택 집이 몰려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파란색 철재 대문이 달린 집 앞에 천천히 섰다. 집 앞에는 회색 원피스를 입은 한 아줌마가 서 있었는데 집주인 아줌마였다.


"왔어요? 고생했어요!"


"아. 네, 아주머니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애 엄마가 혼자 애들이랑 있으려면 힘들 텐데... 잘 왔어!"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나무로 된 문 하나 가 보였고 왼쪽으로는 작은 계단이 옥상으로 이어져 있었다. 단층으로 된 집이었는데 전에 살던 집들처럼 하나의 대문에 몇 가족이 같이 사는 형태가 아니었다. 우리만 사는 집이라니. 그리고 작은 옥상도 자유롭게 써도 된다고 하니 왠지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그렇게 엄마와 함께 짐 정리를 어느 정도 하고 슈퍼에 라면을 사러 나갔다. 올 때는 정신이 없어서 동네를 제대로 못 봤었는데 이제야 동네가 한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맛있는 냄새가 어디에서 나는지 했는데.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보고 바로 알 수 있었다.


집집마다 담 너머로 보이는 빨랫줄에 옷이 아니라 오징어가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티브이에서 어촌 마을에 생선이 널려져 있는 건 봤어도 이렇게 거의 모든 집에 오징어가 매달려 있는 건 처음 봤다. 그런데 얼마 후 우리 집 빨랫줄에도 오징어가 널리게 되었다. 매일 동네로 오징어 장사가 용달차로 지나다녔다.


"오징어가 왔어요! 오징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몰라요!!!"


"아저씨! 우리도 한 짝 줘요!"


"아저씨! 나도 하나 줘봐!"


엄마 말로는 오징어가 말도 안 되게 싸다고 했다. 그래서 온 동네 사람들이 빨랫줄에 널어 반건조 오징어를 만들어 먹었던 거다. 행복했다. 집에 들어오면서 문 앞에 빨랫줄에 걸린 촉촉한 오징어 한 마리를 집어서 한 입안에 꽉 차게 넣는 순간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다. 그 기간이 아주 길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먹었던 오징어보다 더 많은 오징어를 먹을 수 있었다.


이 동네가 좋은 건 또 있었다. 그동안 엄마는 아프고 난 후로 돈을 벌 수가 없었다. 옐로 하우스에서도 할머니가 주는 돈으로 살아야 했다. 그런데 이 동네에서는 누구나 일을 할 수 있었다. 어른뿐만이 아니라 나와 은수도 말이다.


"엄마! 내일까지 이것만 하면 우리 통닭 먹을 수 있는 거지?"


"힘들지 않아? 넌 안 해도 되는데. 은수야."


"엄마랑 형아랑 같이 하니깐 너무 재미있는데? 하하하"


"맞아! 엄마! 우리 다 같이 하니깐 하나도 안 힘들어!"


"맞아! 형! 저번에는 목걸이 잠그는 건 너무 작아서 손이 너무 아팠는데 에프킬라 뚜껑은 그냥 끼기만 하면 되니깐 너무 쉽다!"


"그래. 우리 은성이랑 은수덕분에 우리 금방 부자 되겠다! 하하하!"


동네에는 매일 사람들이 마대자루를 들고 왔다 갔다 하는 곳이 있었다. 1주에서 2주까지 기한 내에 받았던 물건을 설명해 준 그대로 만들어서 가져가면 몇 천 원씩 주었다. 그리고 나올 때는 다시 다음에 할 양을 받아서 왔다. 다른 집에서도 많이 했기에 창피하지도 않았다.


'수미네 부업'


우리에겐 부업이 아니라 주업이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일주일에 한번은 소시지를 도시락에 싸갈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은 그래도 당당히 반찬통을 열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그때부터 우리집은 늘 마대자루와 신문지가 깔려 있었다. 원래 좁았던 집이 더 좁아졌지만 난 좋았다. 나와 은수는 학교에서 오자마자 엄마와 같이 앉아서 작업을 했다. 은수와 나는 누가 더 많이 하나 시합을 했다. 우리가 처음 받아온 건 목걸이 뒤 잠금 쇠 부분이었는데 크기가 너무 작아서 손이 작은 은수한테 유리했다. 은수 녀석은 독했다. 나를 이기기 위해 화장실도 안 가고 계속 했다. 그런데 그 크기가 너무 작아서 비닐봉지 하나를 채우기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얼마 전 에프킬러 뚜껑을 조립하는 일로 바뀌었다는거다. 부피가 커서 수미네 갖다 줄 때 힘은 들었지만 건 전보다 훨씬 나았다.


누워만 있던 엄마도 한 두시간 정도는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창백했던 엄마의 얼굴이 조금은 붉게 바뀌었다.


그렇게 이곳에 이사 온 후로

모든 게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춤추는 #별 #오징어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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