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별이 되다
내가 예상했던 대로 동네에는 애들이 많았다. 그중에 혁준이는 우리 반이었다. 전에는 그렇게 친하지 않았는데 동네가 같아지면서 나와 혁준이는 매일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혁준이는 키가 작았지만 엄청 빨라서 우리 반 달리기 대표 선수였다. 그리고 장난기가 너무 심했지만 누구도 말리지 못했다. 혁준이는 우리 반 싸움 장이었다. 나도 깡 하나면 밀리지 않았기에 평소에는 서로 잘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이사 오고 나서는 학교가 끝나면 동네에서 매일 혁준이랑 놀았다.
"은성아! 초콜릿 먹고 싶지 않아?"
"어? 당연하지! 없어서 못 먹지..."
"그럼 따라와! 내가 왕창 줄 테니깐! 하하하"
"어?"
혁준이는 동네 슈퍼 앞에 나를 세워놓고 잠깐 들어갔다 나오더니 주머니에서 미니쉘 5개를 꺼냈다. 미니쉘은 작은 조각으로 된 초콜릿이었는데 초콜릿 안에 여러 가지 크림이 들어 있어서 일반 초콜릿보다 더 비쌌다. 그런데 그걸 5개나 사 오다니 처음에는 혁준이가 부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몇 달 후 나도 혁준이처럼 미니쉘을 언제든지 먹을 수 있게 됐다.
"야! 혁준아! 내가 어제 명당 하나 발견했잖아!"
"어디야? 같이 출동 한번 할까? 하하하"
"하하하! 싹쓸이 한번 해버릴까? 하하하"
우리의 손기술은 시간이 갈수록 늘었다. 이제는 미니쉘뿐만이 아니라 블랙 로즈나 박스로 된 과자도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특히 옆 동네로 넘어가는 언덕 위에 할머니가 하는 슈퍼가 하나 있었는데 슈퍼에 거의 모든 게 우리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날마다 우리는 외지고 작은 슈퍼을 찾아서 물건을 훔쳤다. 이제는 우리는 한 팀이었다. 한 사람이 계산하는 근처에서 주인에 관심을 끌었고 나머지 한 사람은 두툼한 외투안으로 또 손목 사이로 크고 작은 물건들을 숨겨 나왔다. 우리는 우리만의 기술을 다른 동네 애들한테 전수해 주며 애들을 몰고 다녔고 동네에 대장이 됐다.
혁준이는 손기술도 좋았지만 머리가 정말 좋았다.
학교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길바닥에 있던 개똥을 보더니 근처에 있던 얇은 나뭇가지를 주워왔다. 그러고는 나뭇가지 끝에 개똥을 듬뿍 묻혔다. 나는 그 모습만 보고도 너무 재미있어서 엄청 크게 웃었다. 그런데 그다음이 더 기발했다. 길에 연달아 세워진 차 쪽으로 가더니 차 문을 여는 손잡이 안쪽에 보이지 않게 개똥을 바르기 시작했다.
"야! 하하하! 너 정말 천재다! 하하하!"
"몰랐냐? 하하하! 문 열면서 개똥 묻은 손을 보는 표정이 어떨까? 하하하"
"하하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냐?"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플 정도였다. 나는 바로 합세하여 거의 10대가 넘는 차 문 손잡이 안쪽에 개똥을 바르다 보니 나중에는 개똥이 모자랐다. 난 거의 웃음이 없는 아이였는데 혁준이는 날 웃게 해줬다. 그래서 난 혁준이가 좋았다. 물론 이 녀석도 내가 있어서 행복한 듯했다. 학교 수업 시간에는 서로 얼굴을 구겨 웃긴 표정을 만들고는 우리끼리 낄낄대다가 선생님한테 불려 나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는 불려나가서도 서로 웃다가 선생님한테 얼마나 많은 매를 맞았는지 모른다. 그래도 좋았다.
매를 맞아도 혁준이랑 함께 있으면 웃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내가 웃을 수 있는 아이라는 걸 알 게 해줘서 좋았다.
혁준이는 무엇을 해도 무적이었다.
싸움을 잘 해서 학교에서나 동네에서 혁준이는 대장 노릇을 했지만 우리가 하는 놀이 중 못하는 게 정말 하나도 없었다. 제기차기는 100개를 넘게 찼고 오징어를 하면 매번 혼자 살아남아 우리는 구해줬다. 또 딱지치기를 너무 잘해서 옆 동네에서 원정 온 애들을 혼자 박살했다.
"은성아! 오늘 재미있는 놀이 하나 할래?"
"응? 좋지! 근데 뭔데?"
"뿌락이라고 알아? 하하하! 집에 숨겨둔 딱지를 엄마한테 걸려서 다 버려야 할 것 같아!
그래서 그냥 다 애들한테 뿌락해버리려고!"
*뿌락 : 딱지가 많은 애들이 가지가 딴 딱지를 그냥 나눠주는 것
"하하하 그래? 애들한테 뿌린다고?"
"웅, 여기서 기다려봐! 아! 은수도 데리고 와! 사람이 모자랄 수도 있어!"
"오케이!"
30분 정도 지나자 혁준이가 큰 마대자루를 두 개나 바닥에 질질 끌며 우리한테 다가왔다. 그냥 봐서 안에 있는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안에 딱지를 만든 종이도 각지각색이었다. 신문지부터 상자 박스부터 물에 적히고 다시 말려서 잘 넘어가지 않는다는 물딱지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였다.
"오에! 이제 시작이다! 은성아! 은수야! 이렇게 큰 소리로 외쳐!
뿌락!!! 딱지! 뿌락!!!! 다 가져가라!!!!!"
"다 가져가라!!!!!!"
우리가 소리를 지르자 순식간에 동네 애들이 몰려들었다. 아니 몰려들다 못해 우리한테 달려들었다. 처음에는 천천히 딱지를 던지다가 혁준이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나와 은수에게 외쳤다.
"은성아! 은수야! 뛰어! 하하하"
그러더니 자기가 가지고 있던 마대 하나를 바닥에 끌면서 딱지를 받아 가려는 아이들 반대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나와 은수도 같이 들고 있던 마대를 한쪽씩 끌며 뛰었다. 그렇게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됐다. 우리는 끌고 가는 와중에 마대 입구에서 딱지를 집히는 대로 집어서 따라오는 애들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몇몇 아이들은 딱지에 얼굴이 맞기도 했는데 우리는 그런 애들을 보면서 너무 웃겨서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런데 딱지에 맞는 아이들도 공짜로 생긴 딱지에 함께 웃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웃고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둘 도 없는 단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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