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별이 되다
"성호야! 성호 있냐?"
아빠가 3병째 소주 뚜껑을 따려는 순간 밖에서 낯선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갑상선 약과 수면제를 먹고 약에 취해 있었고 나와 은수는 엄마 품에 안겨 있었다. 아빠는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더니 비틀거리며 방을 나가 대문 쪽으로 나갔다.
"야! 이 자식~여전하구먼~!"
"이야~~이게 누구야~
내 친구 신동아 아니야?! 하하하"
"이쪽으로 이사 왔으면서 연락도 없냐! 자식아!"
"야! 일단 들어와~들어와서 한잔해~!"
"아니야~아니야~나 근무 중이라 안돼! 너 얼굴 보러 잠깐 온 거야"
난 아빠의 친구를 그때 처음 봤다. 아저씨는 다리미질이 잘 된 남색 경찰 제복을 입고 있었다. 왠지 모를 위축감과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저씨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목이 늘어난 러닝셔츠만 입고 있는 아빠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야! 은성아! 은수야! 아빠 친구야! 인사해!"
"안녕하세요..."
"어! 네가 은성이구나! 반갑다~~!
야. 이거 받아! 동생이랑 나눠 먹어!"
아저씨 손에 들려있던 건 과자종합선물세트였다.
공손하게 박스를 받아서 두 손으로 들고 방구석으로 가서 은수와 같이 박스를 풀었다. 뽀빠이 과자, 아폴로, 빠다코코넛까지 먹고 싶은 과자가 보일 때마다 은수는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가 우리 쪽을 보고 웃었지만 아빠는 취해서 우리에게 관심이 없었다.
"야! 일해야지!"
"그치... 일해야지. 근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어야지..."
"야! 사지 멀쩡한 놈이 뭘 못하냐! 안 그래도 이번에 우리 동네 방법대원 뽑는데 한번 넣어봐"
"어? 그게 뭔데?"
"있어! 임마! 일단정신 차리면 경찰서로 한번 와. 내가 얘기해뒀으니깐"
신동아 아저씨는 그렇게 서류 하나를 두고 갔다. 며칠을 그렇게 아빠는 똑같이 술로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 아빠는 방바닥에 있던 서류를 들고나가더니 그날 저녁 제복을 입고 들어왔다. 신동아 아저씨가 입은 거랑은 조금은 달랐지만 그래도 충분했다. 충분히 멋있었다.
아빠는 원래 멋있었다.
매일 술에 취해 얼굴을 빨갛고 구부정한 자세로 술상 앞에 앉아 있어서 그렇지 아빠는 내가 봐도 잘 생겼다. 키도 크고 긴 생머리를 옆으로 넘기면 티브이에서 나오는 배우 같았다. 외할머니는 엄마를 볼 때마다 안쓰러워하며 얘기했다. 얼굴 뜯어 먹고 살 거 아닌데 뭐 하러 저런 걸 데리고 왔냐고. 섬에서 국민학교만 졸업하고 도시에 공장으로 취직한 엄마는 한 살 아래 아빠를 만나서 불같이 사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빠는 그런 불같은 사랑을 나와 은수가 태어난 후에도 계속했다. 다른 여자들과 말이다. 엄마는 그렇게 툭하면 집을 나가 몇 달째 들어오지 않는 아빠를 전국 방방곡곡으로 잡으러 다녔다. 그래도 아빠의 변하지 않았다.
"여보! 나 이제 제대로 살려고! 걱정하지 마!"
"그래..."
제복을 입고 온 아빠는 엄마에게 흥분하며 얘기했다. 하지만 엄마는 감흥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한숨을 쉬었다. 나와 은수는 아빠의 제복을 신기해하며 학교에 가서 자랑했다. 우리 아빠는 경찰이라고 말이다. 이제 아빠가 우리를 지켜줄 수도 있지 않을까 처음으로 생각했다.
아빠가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가족은 안정을 조금씩 되찾았다. 아빠는 퇴근하면서 생과자나 통닭을 사 왔는데 우리는 퇴근하는 아빠보다 아빠 손에 들린 그 무엇을 기다렸다. 엄마도 조금씩 기운을 차리고 있었다. 낮에는 종종 밖에 나가서 동네를 천천히 걷기고 했다. 하루 종일 누워 있어서 눌린 머리카락이 다시 제자리를 찾고 있었다.
아빠와 엄마.
우리 집에는 이제 두 사람이 다 있었다.
그래서 행복했다.
"야! 이 씨발년아! 맨날 쳐 누워서 뭐 하는 거야!"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잠에서 깼다. 야간 일을 하고 온다고 나갔던 아빠는 술 냄새가 방을 가득 채울 만큼 만취가 돼서 들어왔다. 익숙한 아빠가 다시 돌아왔다. 아빠는 화를 잔뜩 내며 엄마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 마구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야! 국 좀 끓여 와봐! 좀 일어나! 에이!"
아빠는 엄마를 깨우다가 균형을 잃고 방바닥으로 쓰러졌다. 아빠는 몸을 제대로 못 가누고 있었다. 그렇게 쓰러진 아빠는 옷을 하나 둘 벗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빠는 팬티까지 다 벗었다 그리고 대문으로 나가는 길목에 대자로 누워서 코를 골기 시작했다. 잠시 후 아빠 허벅지를 타고 노란색 액체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한 걸 느꼈는지 아빠는 엎치락뒤치락했고 좁은 마룻바닥과 싱크대까지 우리 집은 온통 노란색 물로 흥건해졌다.
그날 이후 아빠는 일을 나가지 않았다.
"씨발! 아주 나를 무시해? 개새끼들!"
술 취한 아빠는 알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다가 큰 소리로 허공에 대해 소리쳤다. 신동아 아저씨가 몇 번을 찾아와서 얘기했지만 아빠는 그대로였다. 아저씨도 이제 우리 집에는 다신 오지 않겠다며 욕을 했고 아빠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아빠가 다시 원래 아빠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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