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별이 되다
"어? 버들이 아니야?"
학교가 끝나고 집 대문을 여는 순간 옆집 미순이네 강아지 버들이가 나를 보고 미친 듯이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버들이는 흰색 바탕에 검은색 큰 점을 가진 강아지였다. 그렇게 밤마다 짖어서 엄마가 싫어했는데 우리 집 좁은 마당에 있는 걸 보고 놀랐다. 사실 나와 은수는 버들이를 좋아했다. 미순이가 저녁마다 데리고 나와 애들한테 자랑을 했었는데 눈망울이 똘망똘망해서 말도 잘 듣고 털도 보송보송했다. 그동안 우리도 강아지를 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했었는데 키울 마당 자체가 없다 보니 엄마한테 말하지도 못했다.
"버들이 오늘부터 우리 집에서 살 거야!"
"어? 정말? 오예~~~!!!!!!!!!!!"
집 안으로 들어가자 전기장판에 누워있던 엄마가 나를 향해 말했다. 미순이네가 며칠 있다가 이사 가는데 거기는 개를 키울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미순이 엄마가 엄마한테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를 사달라고 졸랐으니깐 이제 나 보러 버들이를 잘 돌보라고 했다.
그날부터 우리 집에는 활력이 생겼다. 버들이는 그런 존재였다. 언제나 에너지가 넘쳤고 밝았다. 버들이는 사람을 정말 좋아했다. 버들이라는 이름이 정확히 왜 지어졌는지는 몰랐지만 동네 입구에 있는 나무에 흔들리는 수양버들처럼 사람만 보면 꼬리를 흔들어서 지어진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게 버들이는 나와 은수와 함께 저녁에는 뛰어다녔고 낮과 밤에는 엄마를 지켜주듯이 낯선 사람이 대문 앞을 지나가기만 하면 엄청 시끄럽게 짖어댔다. 그렇게 버들이와 우리는 한 가족이 되었다.
"깨갱~깨개갱~!"
밖에서 버들이가 아파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서 난 문을 열고 대문 쪽으로 행했다. 그런데 정작 버들이는 보이지 않았고 낯익은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아빠였다.
"이 개새끼가 왜 이렇게 짖어! 은성아! 아빠다!"
"..."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또 어디서 술을 먹었는지 아빠는 이미 만취해 있었다.
"아유~내 새끼! 아빠가 우리 새끼 찾느냐고 너무 힘들었네~!"
'나를 찾았다고? 이제서야 나를 찾았다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감당할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직 안에 엄마와 은수는 아빠가 왔는지 모르고 있었다. 순간 아빠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빠한테 맞았는지 버들이는 벌벌 떨며 자기 집으로 숨어 버렸다.
"야! 이놈아! 아빠를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가 뭐야! 임마! 비켜봐!"
아빠는 그렇게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갔고 예상외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등장이었다. 엄마도 나도 은수도 준비가 안 돼있었다. 우리는 아빠를 보고 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다.
"여보! 내가 미안해! 앞으로는 내가 잘할게!"
전기장판에 누워있던 엄마가 아빠를 보더니 등을 돌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한동안 울지 않았던 엄마가 다시 울었다. 엄마를 울리지 않기 위해 내가 얼마나 그동안 노력했는데. 이제야 엄마가 우는 날보다 울지 않은 날이 많아졌는데. 다시 엄마가 울고 있었다.
아빠가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빠가 엄마한테 앞으로 잘하겠다고 한 말은 거짓말이었다. 우리가 하루 종일 손이 아프게 에프킬라 뚜껑을 껴서 번 돈은 다시 아빠의 술과 안주 값이 되었다. 그러다 결국 그 일이 벌어졌다.
"엄마! 버들이 어디 있어? 엄마! 엄마!"
학교에서 돌아와 대문을 여는 순간 당연히 난리를 치며 달려들어야 할 버들이가 없었다. 버들이가 차고 있던 목줄에는 버들이의 하얗고 검은 털이 잔뜩 붙어 있었다. 기분이 이상했고 불안했다.
"흐흐흐흐흐..."
"엄마! 왜 울어? 버들이는 어디 있어? 응?"
집에 들어가는 순간 엄마는 울고 있었고 아빠는 술에 취해 팬티만 입고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자고 있는 아빠 앞으로 술상이 있었고 그 위로 고기 뼈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부엌에 있는 큰 냄비에는 고기가 삶아지고 있었다. 버들이가 궁금했지만 순간 너무 맛있는 냄새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은성아... 버들이는 더 좋은 곳으로 보냈어!"
"어디로? 왜! 갑자기! 어!"
애꿎은 엄마한테 화를 냈지만 난 알고 있었다. 버들이가 없어진 건 분명히 아빠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나는 버들이를 보지도 못하고 이별을 해야 했다. 며칠 밤 동안 버들이가 꿈에서 나왔다. 난 꿈에서 버들이와 끝없이 펼쳐진 잔디밭을 뛰었다. 우리를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뛰었다.
며칠 후 동네 애들이 나한테 말해줬다.
얼마 전에 아빠가 뒷산 쪽으로 버들이를 끌고 갔다고 말이다.
우리 동네 뒷산에는 큰 간판 하나가 있었다.
'굴다리 영양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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