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별이 되다
등교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은 시간
준비물을 사려는 아이들과 이미 사서 나가는 아이들이 섞이면서 태양 문방구는 시장통으로 변해 있었다. 아직 앳된 목소리가 뒤엉켜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일주일 전부터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 평소에 혁준이랑 슈퍼에서 연습을 많이 했지만 막상 오늘이 오니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래도 숨을 한번 길게 쉬고 바로 행동에 돌입했다.
‘바로 지금이다! 하나, 둘, 셋!’
두 번째 선반 위로 점프를 해서 재빠르게 상자 하나를 낚아챘다. 머릿속으로 수없이 연습했던 일을 비로소 실행에 옮긴 것이다. 생각했던 것처럼 아주 능수능란하게 상자 하나를 재빠르게 코트 안으로 숨겼다. 아이들이 몰려 있는 곳은 가게의 중앙 쪽 카운터이고 나의 레밍턴이 올려진 곳은 살짝 사각지대가 있는 가게의 왼쪽 구석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행히 아무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태양 문방구 아줌마도 아이들에 주문을 받기 바빴고 아저씨는 밖에서 문방구에 들여놓을 물건들을 옮기느냐고 정신이 없었다.
‘예스! 아주 자연스러웠어!’
잠시 멈춰 카운터 쪽에 있는 아줌마에 행동을 살폈다. 역시 아이들의 주문을 받고 물건을 주느냐고 한 곳에 눈을 두지 못할 정도로 바빠 보였다. 나는 코트 밖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안에 있는 상자와 내 몸이 밀착될 수 있게 힘을 주었다. 떨어지기라도 하면 대형 사고다. 한 손으로는 상자를 잡고 한 손으로는 코트 안이 안 보이도록 지퍼를 바로 올렸다. 이제 나가기만 하면 성공이다.
미션 완료!
그렇게 유유히 태양 문방구를 나와 20미터 앞에 있는 학교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물건이 커서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문방구 밖을 나오는 순간 내 심장은 더 터질 듯이 뛰기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블랙 로즈나 미니쉘을 훔칠 때와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그동안 수없이 훔쳤던 초콜릿은 오늘을 위해 준비한 훈련 일지도 모른다.
뭔가 큰일을 해 낸 것 같이 내 스스로가 대견했다.
그런데 이건 내가 갖고 싶기도 했지만 진짜 이유는 철우 녀석 때문이다. 철우는 나랑 동갑이었고 학교에서 나와 혁주의 반대파에 있는 녀석이었다.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늘 우리가 하는 일을 방해해서 혁준이가 언제 한번은 혼을 내주겠다고 벼르고 있었던 녀석이다. 그런데 일주일 전 철우가 새로 산 M-16 BB 탄 총을 들고 학교에 왔다. 장난감 총에 미쳐 있었던 애들이 철우를 둘러싸고 있었다. 철우는 총을 만지면 닳기라도 하듯 조금이라도 만져보려는 애들에게 거들먹거리며 막아섰다. 그 애들 중에는 우리 동네 애들도 있었다. 그 꼬락서니가 정말 보기 싫어서 나도 모르게 철우에게 쏘아붙이며 말했다.
“야! 뭐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유세냐!”
"네가 이게 얼마나 좋은지 알기나 해? 이걸로 오늘 학교 끝나고 우리 동네 애들이랑 총싸움할 건데 완전 다 죽었어~! 넌 총도 없어서 끼지도 못하는 게 뭘 그렇게 말이 많아! 너네 동네 애들은 다 거지들이잖아! 하하하”
“이게 죽을라고!”
"은성아! 참아! 저 새끼 내가 한번 패줄 테니깐!"
혁준이는 얼마 전 옆에 학교 애들을 패서 부모님까지 모셔온 상태라 철우 녀석을 바로 응징할 수는 없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다시 풀었다. 엄마가 한 번만 더 학교로 엄마를 오라고 하면 정말 가만히 안 둔다고 엄포를 놨기에 어쩔 수 없이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야! 됐고. 나도 집에 아빠가 사준 레밍턴 있으니깐 나중에 한번 붙자!”
“뭐? 하하하. 뭘 거짓말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하냐? 그래 있으면 한번 가져와 보시던가! 하하하.”
딱 일주일 전 일이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오늘 내 총이 생겼다.
나의 노력으로 얻은 값진 보물이다.
이제 철우 녀석에게 대결하자고 말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철우는 또래보다 덩치가 컸지만 살이 쪄서 몸이 민첩하지는 않았다.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었다. 난 이제 정식으로 철우에게 대결을 신청할 수 있었다.
총 길이만 해도 60센티 정도 되는 상자를 코트 속에 숨기고 걸어가려다 보니 나도 모르게 걸음걸이가 어색했다. 또 갑자기 애들이라도 와서 장난을 치면 상자를 떨어트릴 것 같아서 불안했다. 그래서 학교 정문을 지나 교실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기 전에 좁은 샛길로 먼저 향했다. 교실로 가는 동안 최대한 사람을 안 만나야 했다.
그곳에는 한 번도 꼬리를 펼친 걸 본 적 없는 공작새와 근처에만 가도 똥 냄새가 진동하는 토끼가 각자의 우리 안에 갇혀 있었다.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 작은 돌조각을 던져 공작새를 깨우기 위해 애들이 간간이 오긴 하지만 지금은 아침 시간이라 아무도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또 토끼우리 옆에는 작은 창고가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는 공작새와 토끼들이 먹는 사료가 쌓여 있었다. 학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 창고가 바로 생각났다. 뭔가를 숨기기에는 그 창고만 한 곳은 없다고 생각했다.
토끼우리를 지나 반쯤 열려 있던 창고의 문을 완전히 열었다. 예상한 대로 사료들이 쌓여 있었고 순간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러서 바로 손으로 내 코를 막았다. 순간 툭하고 상자가 코트 안에서 떨어졌다. 너무 깜짝 놀라서 주변을 다시 한번 둘어 보았다. 재빨리 상자를 들어 사료가 쌓여 있는 뒤쪽 작은 공간에 숨겼다. 다행히 창고 문 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내 계획은 학교가 끝나면 집에 갔다가 저녁쯤에 가지러 오는 거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창고에서 나와 교실이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6학년 1반 교실은 3층에 있었다. 이제 곧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는 시간이라 애들은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 올라가고 있었다. 난 그 애들 사이로 아주 여유롭게 최대한 천천히 올라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교실문에 다다르자 멀리서 선생님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재빠르게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이 보통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금세 2교시까지 끝났다. 빨리 학교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마음은 조금씩 침착해지기 시작했다. 오늘 생긴 나의 보물을 가지고 놀 생각에 하루 종일 친구들의 장난에도 선생님의 질문에도 한 템포 늦게 반응했다.
근데 그런 여유도 잠시뿐이었다.
3교시가 시작될 즘 교무실 쪽에서 큰소리가 들렸다. 선생님들과 누군가가 말다툼을 하고 있는 듯했다. 아이들도 교무실 쪽으로 몰려가 창문으로 까치발을 하고 무슨 일인지 구경하기 시작했다. 나도 천천히 교무실 쪽으로 걸어갔고 애들 머리 사이로 보이는 광경을 보는 순간 얼음이 되었다. 선생님들에게 항의하듯 큰 소리로 소리치고 있었다.
‘태양 문방구 아저씨다....’
순간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바로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누가 보지는 않을까 두리번거리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1층 창고로 들어갔다. 재빨리 총을 코트 안으로 다시 숨기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아직 밖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난 바로 목적지로 거침없이 걸어갔다.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위기감이 느껴지자 몸이 자동으로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학교 뒤편에 있는 수세식 화장실.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있는 회색 외벽을 따라 재빠르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순간 코를 찌르는 악취로 정신이 혼미해졌다. 양옆으로 줄을 지어 있는 화장실칸 중에 문이 열려 있는 중간 칸으로 바로 들어갔다.
“아이씨... 이게 뭐야...”
급하게 들어간 나머지 발밑에 똥이 있는 걸 보지 못하고 그만 밝아버렸다. 어떤 놈이 똥 조준도 못하고 이렇게 흘렸는지 쌍욕을 해주고 싶었다. 일단 천천히 발을 땅에 비비며 똥을 떼어 냈다. 다행히 마른 똥이라 신발에 많이 묻진 않았다. 그렇게 안심하려는 순간 눈앞에 보이는 수세식 화장실 구멍으로 구더기가 꿈틀 되는 게 보였다. 매일 집 화장실에서 보는 녀석들이라 그런지 다급한 순간에도 왠지 모를 친근감이 들었다. 몸을 꿀렁 꿀렁대며 앞으로 전진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그것도 밑에 있는 똥의 모양을 보존하면서 말이다.
난 빠르게 코트를 열어 총이 든 상자를 두 손으로 잡고 직사각형으로 된 수세식 변기 구멍 사이로 천천히 상자를 내렸다. 바로 밑으로 떨어뜨리면 바로 보이기에 최대한 구멍 밑으로 손을 넣어 상자를 옆쪽으로 던지려 애썼다. 그래야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보이지 않을 테니.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외치고 최대한 힘껏 대각선 쪽으로 상자를 던졌다.
"이야!...... 휴....."
상자의 끝부분이 살짝 보이는 듯했지만 나름 잘 던진 것 같았다. 일을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심장은 오히려 더 빨리 뛰었다. 난 이래 봬도 그동안 크고 작은 것들을 성공적으로 훔쳐 온 경력자니까. 난 한 번도 누군가에게 걸린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더 대담해질 수 있었다. 일 처리는 과감했고 신속했고 깔끔했다.
'100% 성공률'
화장실 입구에서 고개만 쏙 빼서 주변을 살폈다. 아주 조용했다. 나는 잰걸음으로 교실이 있는 건물로 달려갔다. 재빨리 1층 입구로 들어서려는데 순간 2층에서 누가 날 째려보고 있었다.
기철이었다. 기철이는 철우에 세 살 밑에 동생이었다. 항상 기철이 옆에 꼭 붙어서는 자기 또래 애들을 괴롭히는 게 아주 지 형을 똑 닮은 놈이었다. 그런 놈이 날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빴다. 안 그래도 불안한 상태였는데 저놈이 지 형한테 또 다 말할 게 뻔했다. 그래도 지금은 일단 아는 척 안 하기로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못 본척하고 1층 문으로 들어가며 속으로 생각했다.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제발... 기철아...’
“거기서 뭐해!”
역시 지 형처럼 재주 없는 놈이었다. 그냥 좀 지나쳐주길 바랐건만.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다.
‘아... 눈치 없는 새끼...’
“뭐 하긴 뭐해! 잠깐 토끼 좀 보고 왔다! 왜! 무슨 문제 있어?
과했다. 이렇게 예민하게 말하려고 한 건 아닌데 나도 모르게 기철이 녀석을 쏘아붙이듯 말해 버렸다. 근데 뭐 어쩌겠는가? 내가 말을 했으니 이젠 그 녀석의 반응으로 보고 대응하기로 했다.
“그래?... 음...”
기철이 녀석은 뭔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날 지켜보더니 그대로 창가에서 사라져 버렸다. 기철이 녀석 때문에 굉장히 불안했지만 일단 계단을 두 개씩 뛰어 다시 교실로 올라갔다. 층마다 설치된 스피커에서 수업을 시작하는 음악소리가 들렸다.
3교시 국어시간.
담임의 별명은 대머리 독수리였다. 선생님의 머리는 양쪽 머리만 살짝 남아 있고 가운데 쪽은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이 반질반질했다. 오늘따라 유독 대머리 독수리의 이마가 햇빛에 반사되어 더 빛나고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뒤쪽에 앉은 애들이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들렸다. 대머리 독수리는 우리에게 관심이 없었다. 특히 뒤쪽에 앉은 애들한테는 더 그랬다. 수업이 시작하고 30분 정도 되었을까. 밖이 어수선했다. 나는 복도가 보이는 창쪽 자리라서 교실 앞으로 걸어오는 어른 두 명을 볼 수 있었다.
태양 문방구 아저씨와 교감 선생님이 같이 복도를 돌며 누군가를 찾는 모습이었다. 미친 듯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우리 반은 12반이라 복도의 맨 끝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문방구 아저씨가 아직까지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는 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게 틀림없었다. 이젠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른다. 혹시나 나를 찍어 무언가 물어본다면 무조건 모른다고 말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드디어 두 사람은 우리 교실 창밖을 천천히 걸어가며 교실 안쪽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아씨... 미치겠네...’
고개를 살짝 숙여 필기를 하는 척하다가 나도 모르게 곁눈질로 창 쪽을 바라보았다. 순간 태양 문방구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이젠 심장이 뛰는 걸 넘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저씨는 동행하던 교감선생님께 뭐라고 하더니 이내 교실 앞 문이 스르르 열였다.
“박 선생님. 밖에서 얘기 좀 할까요?”
“네. 교감선생님.”
밖으로 나간 대머리 독수리 담임은 이내 교실로 들어왔다.
‘아... 이젠 진짜 걸렸구나...’라고 생각하고 눈을 질끔 감았는데 순간 대머리 독수리가 말했다.
“아침에 문방구에서 장난감 총이 없어졌는데 지금 12반을 다 돌아도 찾을 수가 없어서 나중에라도 혹시 누가 가져가는 걸 본 사람 있으면 문방구에 가서 아저씨한테 꼭 말해라~!
그 말을 전하고 문방구 아저씨와 교감 선생님은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휴...’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내가 그렸던 최악의 상황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내가 걸릴 리가 없지!’
그렇게 긴 하루가 지나고 난 집으로 돌아왔다. 가만히 집에서 생각해 보니 다행이라기보다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다. 기철이 녀석과 총싸움을 해서 본때를 보여 주고 싶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며칠 후 학교가 끝나서 정문을 나가려는데 갑자기 어른 한 명이 내 앞을 가로 막아섰다. 태양 문방구 아저씨가 얼굴을 험하게 구기고 내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야. 너지?”
“뭐가요?”
“너 맞잖아! 네가 며칠 전에 문방구에서 총 훔쳐 갔잖아! 다 알아. 새끼야”
“아니 무슨 소리예요? 전 모르는 일이에요~!”
“누가 다 말했으니깐 빨리 바른대로 말해! 좋은 말로 할 때~”
“뭘요! 증거 있어요? 증거?!!!”
“아니 이 쪼그만 새끼가 벌써 이렇게 능청스러워!”
“증거 있냐고요?”
“너 기철이라고 알지? 너 그날 밖에 나가서 뭐 한 거야?”
‘기철이 이 새끼’
나를 2층에서 의심스럽게 바라봤던 기철이가 문방구 아저씨한테 내 얘기를 했던 거다. 그건 분명 철우의 지시가 있었던 게 뻔했고. 진짜 내 인생에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놈들이었다. 언젠가는 건수를 만들어서라도 패주리라 다짐했다.
“아니 제가 뭘 했는데요?!”
“너 내가 증거 찾으면 가만히 안 놔둘 줄 알아!”
“마음대로 해보세요!”
그렇게 며칠을 문방구 아저씨는 학교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녔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을 내지는 못 했던 것 같다. 나를 붙잡고 학교 여기저기를 끌고 다니다가 힘이 빠졌는지 나를 놓아주었다. 그러면서 나를 쏘아보며 말했다.
"너 이 새끼! 이제 우리 문방구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마라!
"더러워서 안 가요! 안가!"
호기롭게 말대꾸를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다. 멀리서 문방구 아저씨가 쌍욕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난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제 중학교에 가면 그 문방구에 갈 일이 없으니깐 말이다. 졸업까지 남은 몇 개월은 애들 시켜서 준비물을 사면 되니깐 걱정이 없었다. 내가 최후의 승자인 것이다.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사실 그날 그렇게 화장실에 버리고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다음 날 저녁에 총을 버렸던 그 화장실 칸에다 동네에 버려진 신문지를 왕창 버렸다. 그날 상자 모서리가 조금 보였던 게 마음에 걸렸기에 전문가답게 완벽히 처리한 것이다.
그렇게 나의 레밍턴은 한여름밤 꿈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난 괜찮았다.
어차피 난 내가 갖고 싶은 걸 가져본 적이 없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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