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 뉴질랜드 도서관 탐방기
오늘은 우리가 결혼한 지 딱 한 달 되는 날이다. 다행히도 신랑이 오늘 쉬는 날이라 데이트도 했다. 또 내가 풀타임 워커로 임명받은 날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신나는 날이다. 오늘도 한일이 많았다. 신랑이 쉬는 날이다 보니 함께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차량보험도 들었고, IRD발급도 받았고, 한식도 배부르게 먹었고, 일하게 된 스시집에 가서 서류들도 받아왔다. 무엇보다 함께 데이트를 했다. 오랜만에 쉬는 신랑, 늦잠을 잤다. 빵과 우유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오늘은 커피맛 롤빵이다. 고급스러워 보이게 우유도 데워먹었다. 우리의 안전한 중고차 운행을 위해 보험을 들고, 드디어 차를 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차선도 반대, 운전석도 반대방향이다 보니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정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역주행을 하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한국은 세금을 내기 위한 개인번호가 따로 없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세금을 내기 위해 개인의 고유번호를 부여받는다. 우리가 주민번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IRD번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신청을 하러 갔으나 영어가 부족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영어가 부족한 것이 아쉬운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신청을 마쳤다. 급히 해야 할 일들을 마치고 데이트를 시작했다. 신랑이 뉴질랜드에 오면 꼭 하고 싶어 했던 도서관 탐방 데이트다. 한국에 있을 때도 서점 가는 것을 좋아하고, 도서관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샌드위치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예쁜 도서관 외관에 감탄했지만 아쉽게도 뉴브라이튼 도서관은 공사 중? 리모델링? 그런 이유로 근처 골목길에 작은 도서관으로 이전한 상태였다. 아쉬운 대로 주변 풍경을 둘러보기로 했다. 바다와 가까이 있는 뉴브라이튼 피어도 가보고 바다도 구경했다. 속이 뻥 뚫리는 기분. 무엇보다 산속에만 둘러싸여 살던 우리가 차 타고 조금만 나오면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다리 끝까지 다녀왔는데,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바람이 너무 불어 춥기만 했다. 그래도 이것 또한 추억이 되겠지? 새를 너무 싫어하는데 새가 진짜 많았다. 갈매기 같지는 않은데 비둘기도 아닌 친구들이 엄청 많았다. 정말 새가 내 머리에 똥을 싸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다 좋았는데, 새가 너무 많은 것이 충격적이었다. 짧게 둘러본 후 우리의 원래 목적인 도서관을 가기로 했다.
이전한 도서관은 임시도서관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정말 작았다. 도서관을 보고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분위기는 나름 만족했다. 읽을 수 있는 책이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린이 동화책을 골라 읽고 왔다. 짧게 구경을 마치고 다음은
UPPER RICCARTON에 있는 UPPER RICCARTON도서관으로 향했다. 정말 오늘은 도서관 투어 데이트였다 생각해보니.
쉬는 날 없이 오픈하는 데다가 늦게까지 오픈을 하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심지어 한국 책도 많아서 너무 좋았다. 바로 옆이 고등학교라 도서관이 살짝 시끌벅적하기는 했지만 한국 책이 많다는 점에서 아주 좋았다. 한참 책을 보고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데 내가 지난 토요일에 트라이얼(능률 테스트)했던 스시집에서 연락이 왔다. 무음이라 받지 못했고, 전화로 대화할 자신이 없어 무턱대고 찾아갔다. 영어를 못해서 슬펐던 순간 중 가장 자존심 상하는 날이었다. 다행히도 매니저님은 나를 좋게 봐주셨나 보다. 10월 3일부터 무턱대고 이력서를 돌렸던 그 스시집에서 주 5일 스시메이커로 풀타임 일을 하게 되었다. 정말 놀랄 놀 자다. 한국인이 없는 가게이다 보니 오로지 영어만 사용해야 했다. 이것이 나에게 영어실력 향상의 도움이 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스시만드는 곳과 홀이 개방되어 있어 손님들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오늘은 나도, 신랑도 풀타임 워커가 된 기념이자 결혼한 지 한 달 된 기념으로 외식을 하기로 했다. 원래 기념일은 이름 붙이는 대로 기념일인 거다. 오늘 저녁은 한식을 먹기로 했다. 정말 한식을 좋아하는데, 드디어 먹을 수 있었다. 우리가 갔던 식당은 내가 처음 이력서를 넣으러 들어갔던 그 한식당. 김치찌개, 된장찌개, 감자탕, 삼겹살, 소고기,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순댓국, 안동찜닭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가게였다. 꼬리 갈비탕, 곱창전골, 치즈불닭, 치즈떡볶이까지 다 있었으니까. 그냥 웬만한 메뉴는 다 있나 보다. 오늘 선택한 메뉴는 감자탕과 김치찌개. 정말 행복했다.
말도 안 하고 정말 먹기만 했다. 깔끔히 해치웠다. 이럴 때 보면 정말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것이 정말 행복한 데이트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저녁시간을 보냈다. 오늘 이 시간을 잘 기억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