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느린 듯 빠른 듯 정신없이 흘러갔어.
매일매일 똑같은 삶을 살다 보니 지루하고 지칠 법도 한데 변화되는 내 몸이 너무 신기해서 매일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보냈던 것 같아. 한 번도 본적 없던 손목뼈가 드러나고, 나에겐 없는 줄 알았던 쇄골이 드러나고. 손가락 살이 빠지며 점점 커진 결혼반지는 손 씻을 때마다 빠지려고 해서 4 호수를 줄여야만 했어. 신기한 마음에 상의를 걷어 눈바디를 확인하기도 했는데, 워낙 상체비만이었던 사람이라 복근이 뿅 하고 나타나지는 않더라. 그래도 나름 복근이 여기 있는 것 같은데? 하는 마음으로 눈바디를 확인했어.
바디 프로필 촬영을 일주일 남기고 수분조절도 시작했어. 체지방을 과도하게 뺀 상태는 아니라서 수분조절을 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래도 트레이너 선생님이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해주셔서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수분조절도 했지. 평소에도 물을 많이 먹던 사람이라 그런지 하루에 물을 6L 먹는 건 식은 죽 먹기였지만, 500ml로 하루를 보내야 했던 그날은 다른 거 안 먹어도 좋으니 물만 벌컥벌컥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바디 프로필 촬영 전날까지 운동을 쉬지 않았어. 안타깝게도 광복절 즈음이라 계획이 틀어지는 일이 있었어. 내가 다니는 헬스장은 광화문에 있는데, 광복절 집회를 한다고 해서 지하철역 무정차를 하고, 지나다니지 못하게 통제를 하는 바람에 트레이너 선생님이 출근을 못하게 되는 슬픈 일이 있었지. 나름 마지막까지 잘 붙들고 있던 멘탈이었는데, 광복절 집회 때문에 흔들려야 하는 그 순간이 너무 싫었던 기억이 나. 내가 너무 속상해하고 두려워하니까 선생님은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하면 된다고, 잘할 수 있다고 말해주셨어. 그 말에 힘을 얻고 바디 프로필 준비를 잘 끝냈어. 내가 설정한 촬영 콘셉트에 맞춰 의상을 준비하고, 신랑과 함께 포즈를 연습하기도 하고. 필요한 준비물들을 잘 챙기고 바디 프로필 촬영하며 먹을 소중한 초코바도 챙겼어.
드디어 바디 프로필 디데이.
184일간의 노력이 사진으로 기록되는 날이었어. 184일 동안 나의 변화는 놀라웠어.
78kg이었던 체중은 52kg이 되었어. 26kg 감량에 성공한 거지. 심지어 근육량은 그대로 유지한 채 체지방량만 26kg가 감량되었으니 완벽한 다이어트 성공. 42.3%였던 체지방률은 15.4%가 되어 선생님이 몸짱이라고 했던 17%를 넘어섰고, 내 몸에 체지방량은 8kg 뿐이었지. 내장지방은 16 레벨에서 3 레벨이 되었고 상체와 하체 모두 체지방량이 표준이하가 되었어.
다이어트는 최고의 성형이라더니, 정말 내 이야기 같았어. 그렇게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스튜디오를 향했어. 헤어, 메이크업을 받고. 콘셉트 상담을 하고. 연예인이 된 기분으로 하나, 둘, 셋 찰칵 소리와 함께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팔을 올려보기도 하고. 골반을 접어보기도 하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촬영이라 쉽지 않았지만 친절하게 알려주시는 작가님 덕분에 즐겁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 감량의 폭이 정말 컸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처럼 선명한 복근과 탄탄한 몸으로 촬영을 한건 아니었지만, 내가 계획한 대로 나의 변화를 사진으로 남기기에는 충분했어. 184일간의 꾸준했던 다이어트가 막을 내리던 날. 평생 잊지 못할 날인 것 같아. 너무 커져서 입을 수 없는 청바지도, 태어나서 처음 입어본 크롭티도, 184일 만에 먹은 마카롱도, 그동안 너무 수고했다며 오늘만큼은 닭가슴살 말고 치킨 먹으라고 트레이너 선생님이 보내준 치킨도 모두 모두 잊을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