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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서점기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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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Jan 09. 2020

정리를 하자

발길이 닿는 곳_서점


서점에 들어와서 맨 처음에 시작한 일은 “정리”였다. 어떤 일이던 정리가 중요하지만 서점의 경우는 매일매일의 정리가 없을 경우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기 십상이다. 손님들이 본 책을 정리하는 일은 물론 그날 입고된 책들의 서가 별 정리와 반품 들어가는 도서들의 분류, 주문 도서 분류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정리가 아닌 일이 없다.


서가와 평대에는 책들이 진열되어 있고 손님들이 자신이 선택한 책을 그 자리에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 추세에 따라 독서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는 서점이 많으므로 테이블로 들고 와서 독서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문제는 그다음인데, 한 권씩 들고 와서 보는 손님의 경우는 대부분 위치를 잘 기억하는 편이지만 여러 권을 들고 와서 대충 훑어보는 방식으로 보는 손님들은 어디에서 책을 가지고 왔는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서점 직원처럼 책의 위치나 책 표지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느 위치에서 가지고 왔는지 다시 검색해서 잘 정리해 놓으려는 정리의 의식이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져다 놓아야 할 위치를 모를 경우 차라리 직원에게 돌려주는 것이 나은데 아무 곳에나 쓱 집어넣고 가는 경우에는 그 순간이 아닌 며칠이 지나거나 재고조사 시에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한, 아무 곳에나 집어넣은 책들을 필요로 하는 다른 손님이 있을 경우 서점 직원들은 본래의 위치가 아닌 놓여있을 만한 다른 곳을 유추하고 추적하여 찾기를 시도하지만 결국 못 찾는 책도 허다하다. 손님의 행동으로 다른 손님이 피해를 보는 경우인데 물론, 서점의  피해이기도 하다. 이러한 책들은 다른 책을 정리하다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그럴 때면 한숨과 분노, 혹은 안도와 씁쓸함 등의 만감이 교차하며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는 정리를 한다.


그날 입고된 책은 서점 자체 시스템에 의한 입고 처리 후 서가 별로 정리된다. 그리고 수개월 동안 팔리지 않은 책들은 서점의 기준 혹은 담당자의 기준에 따라 분류된 후 각 거래처로 돌려보내는 반품을 하게 된다. 반품으로 분류된 책들도 거래처별로 정리해 놓지 않으면 반품 시 오류가 나거나 기한 반품을 놓쳐 악성 재고로 분류되어 서점 내에서 손실 처리된다.


서가 별 정리정돈은 입고 책을 정리하면서 위치를 바꾸는 작업을 하며 하기도 하지만 서점의 기준에서 벗어나 마구잡이로 꽂혀 있는 책들을 원래의 기준에 맞게 정리하는 작업은 시간을 따로 들여 대대적으로 하기도 한다. 각 파트 담당자들이 있는 서점은 짬짬이 담당자들의 기준대로 정리하지만 신입들 교육 때 주로 많이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정리를 하면서 출판사와 책등, 책 표지에 있는 활자에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지기도 하고 서가 별로 정리를 하다 보면 그 위치에 익숙해져 손님이 책을 찾을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서점 업무의 기본 중 기본이다.


정리의 목적은 분류된 책을 보기 쉽고 찾기 쉽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입고와 반품하기도 벅찬 나날들이 계속되면 서가 별 정리정돈이 힘든 경우가 있다. 서점 직원들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모든 일을 신처럼 혹은 마법처럼 완벽히 해낼 수는 없다. 그 상황에 더해 책을 소중히 다뤄주지 않는 손님들이 많이 오는 날은 책 정리 상태에 그야말로 지옥문이 열린다.


판매에 필요한 책과 공문 반품해야 하는 책들이 안 보일 때 해리포터의 마법 주문 중 “아씨오”를 쓸 수 있기를 얼마나 바라는지. 서점 직원들이 아니면 정말이지 공감하지 못하리라.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법 주문 중 “아씨오” 는 주변에 있는 물건을 소환하는 주문이다.)

너가 있어야 할 곳/ 아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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