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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서점기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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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Feb 17. 2020

우아하거나 미치거나

발길이 닿은 곳_서점


처음에는 나도 이럴 줄은 몰랐다. 아니, 이 정도 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사람이 없는 서점은 한산하기 그지없고 그저 나무향이 섞인 종이 냄새가 가득하며 직원들은 손에 책을 들고 정리정돈을 하고 있었기에, 그리고 가끔 컴퓨터를 보면서 무언가 입력하고 있었기에 서점 일이라는 것은 여유로움을 동반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완전한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일을 배우면 배울수록, 책과 진열에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책을 들고 한가로이 우아하게 진열을 하는 모습과는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책을 등록하고 위치를 잡고 서가에 정리하고 반품하는 가장 기본 적인 업무를 반복하다 보니 책이 예뻐 보이는 진열이라던가 도서별 큐레이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제안서를 쓰거나 기획 평대를 진행하고 관련 보고서를 쓰다 보면 하루가 어찌 다 갔는지도 모르게 지나갈 때가 많다. 다니고 있는 서점 외에 다른 서점도 궁금하고, 그래서 가다 보니 시장조사라는 명목으로 보고 듣고 관찰하고 온다. 강요하지 않은 업무들이었지만 호기심 많은 성격 때문에 이것저것 많이 진행을 해 보았다. 기본 업무 하느라 바쁜 날도 있고 다른 업무 하느라 바쁜 날도 있고, 오피스 직은 아니기 때문에 고객 응대로 정줄 놓을 때도 있고 모든 일이 합쳐져서 미치기 일보직전 일 때도 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서점 내에서 움직이는 일들이 한가하지 않음에도, 다른 서점에 가면 그곳이 참 여유로워 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과는 다른 일을 하는 것만 같고 천천히 움직이는 세상 같기도 하다. 여기나 저기나 기본 사항들은 비슷할 텐데 말이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심보인지 아니면 내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참 묘한 일이다.


기본적인 일로 분주한 것과는 별개로 서점 성수기나 비수기 외에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고객이 줄고 약간 한산해 지기는 한다. 지금과 같은 시기가 딱 그런 시기이다. 코로나 19라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은 많이 위축되어 있고 오프 매장들은 직격타를 받았다. 오프 서점 또한 마찬가지이다. 1월 말에서 2월 최근까지 한창 일 때는 정말 사람이 없어 다른 날에 비해 기본적인 업무나 진열 등에 더 신경을 쓸 수 있기는 했으나 기대하던 이벤트나 행사를 취소해야 해서 안타깝기도 했다.


서점을 이루는 구성 요소는 책이 다가 아니다. 사람, 책, 그리고 책에 대한 제안이 어우러질 때가 가장 서점 답다고 생각한다. 우아함을 동경하지만 미칠듯한 일이 더 많은 서점에서 서점 다움을 찾아간다는 것.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욱 힘들다.

지나가리라/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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