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그그그그그그그그 소리가 나는 자음, 아기소리는 뭐였지?"
".....디귿?"
"아니야! 기역이야."
둘이 비슷비슷한 실력인데 아는 게 나오면 그렇게 아는 티를 낸다.
한글을 모르고 입학한 건우와 민준이를 수업 후 따로 앉혀서 한글 공부를 한다.
갓 입학해서 선 긋고 색칠할 때는 드러나지 않다가 교과에 들어가면 금방 표시가 난다.
아이들이 입학 전에 대부분 받침 없는 글자까지는 알고 와서 교과 수업에 들어가면 그 차이가 하루하루 벌어진다.
올해부터 바뀌긴 했지만 작년까지는 국어는 ㄱ,ㄴ,ㄷ 배우는데 수학책에는 '여덟'을 쓰라고 하는 황당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다 보니 아이들이 한글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이 글을 보시는 학부모님.... 1학년 담임으로 말씀드리자면 받침 없는 글자까지는 익히고 입학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 기역 맞아. 그럼 기차 할 때 '기'를 하려면 기역에 어떤 모음, 엄마소리가 붙어야 기가 될까?"
아이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아무 거나 찍어야겠다는 눈치다.
"선생님 바라봐봐 기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긴가민가 하는 표정으로 니은 모양 자석을 들어 보여준다.
"니은?"
"건우야, 니은은 아기소리고 엄마소리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이이이이이이이 중에서 찾아야지."
아이고. 자음, 모음도 구분이 안 되는 우리 건우.
"건우, 민준이 다시 보세요. 기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이."
"이?"
"잘하네! 맞아요. 이! 이제 기차에 '차'하려면 어떤 자음 아기소리가 나와야 할까? 츠츠츠츠츠츠츠츠츠츠."
"지읒?"
"아니, 지읒 친군데 좀 세게 소리 나는 애."
"찌읒?"
"얘는 찌읒이 아니고 쌍지읒. 쌍지읒은 쯔쯔쯔쯔 소리가 나지요. 그거 말고 츠츠츠츠츠."
.......... 긴 여행이 예상된다.
이렇게 둘을 앉히고 한글 집중 수업을 하면 교사가 훨씬 말을 많이 하게 되어 전체 수업을 할 때보다 더 힘들다. 40분 수업을 하고 나면 입에 침이 마르고 단내가 난다.
4교시 수업이 있는 수요일마다 한 시간씩 둘을 데리고 한글 공부를 한다. 조금씩 글자를 알아가는 게 아이들도 재미가 있었는지 4교시 수업이 있는 금요일에도 하자고 하기도 한다. 물론 간식의 힘도 크다.
이렇게 한 학기를 지나고 드디어 학기말 한글 해득 검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만든 한글또박또박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음가해득능력, 읽기 유창성, 쓰기 능력을 낱글자부터 의미낱말, 무의미낱말까지 검사한다. 검사를 마치면 한글미해득, 한글해득(보충), 한글해득(완성) 세 단계의 결과가 나오고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개인별로 결과표를 출력할 수 있다.
1학기말에 한 번, 2학기 말에 한 번 검사해서 아이의 성장도 파악할 수 있어서 볼선생은 1학년을 맡으면 꼭 이 검사를 한다.
건우와 민준이의 검사 결과! 한글 해득(보충)이다. 무의미 낱말에서 오답을 말한 것이 있어서 보충이 나왔지만 의미 낱말은 대부분 읽었다.
엘(L) 놓고 니은도 모르는 아이를 데리고 한글 기본은 가르친 것이 뿌듯하다.
세종대왕님 덕분에 한글을 가르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나라 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쎄... 그 옛날에 볼선생을 어여삐 여기시어 한글을 창제하신 덕분에 하늘 천, 따 지를 가르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가.
건우, 민준이 2학기에 받침까지 완벽히 해보자. 화이팅!!!
세종대왕님 만세!!!
한글또박또박 무의미 낱말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