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안 먹을래요

by 사탕볼

즐겁게 바깥나들이를 다녀와 평소보다 더 밥맛이 좋을 점심시간.

배식을 받아 내 자리에 앉으니 맞은편에 앉은 여학생이 얼굴을 묻고 울고 있다.

"지유야, 왜 울어? 배 아파?"


아이들이 급식소에서 우는 대표 이유 세 가지.

1번. 아프다. (보통은 배가 아프다.)

2번. 반찬이 마음에 드는 게 없다.

3번. 배식 받아오는 짧은 틈에 싸웠다.


각 상황별로 솔루션은 다르다.

[1번]

"배가 아파? 아침에 화장실에 다녀왔어?"

"아니오."

"그럼 화장실 한 번 갔다 와 볼까?

화장실을 다녀와서 밥을 맛있게 먹는 경우가 있고, 그래도 배가 아프다 하기도 한다. 이때는 학부모님께 연락을 드린다.

[2번]

"먹고 싶은 반찬이 없어? 이거 봐. 이건 연근이라는 거야. 우리 전에 연못 가서 연꽃 봤지? 그 예쁜 꽃의 뿌리야. 그걸 이렇게 맛있게 조린 거야. 한 입만 먹어볼까?"

그래도 먹기 싫을 경우...

"밥이라도 한 숟가락 먹어봐."

어찌어찌 김치와 한 숟가락을 먹이고 나면 맘이 놓인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억지로 한 숟가락 먹이고 나면 그다음 숟가락은 쉽다.

[3번]

"재윤이가 저보고 지우개래요."

이름으로 놀리는 건 아마 이름이라는 게 생긴 이래로 지금까지 어린이들의 유희가 아니었을까.

"지유야, 재윤이가 지우개라고 불러도 네가 지우개가 되지 않아. 그렇지만 네가 기분이 나쁘면 그렇게 부르지 마라고 할 수 있어."

"재윤아, 친구가 듣기 싫어하는 별명은 부르지 않는 거라고 이야기했지? 지유한테 지우개라고 하지 마. 싫대."

이렇게 변호사이자 판사로 사건을 종결 지을 수 있다.


자. 22년 경력교사에게 늘 있는 일. 드루와 드루와.

급식 안 먹기. 오늘은 몇 번일까.

"지유야, 왜 울고 있어? 어디 아파?"

"아니오."

일단 1번 아님.

"그럼 맛있는 반찬이 없어?"

"아니오."

오. 2번도 아님.

"그럼 친구랑 무슨 일 있었어?"

"아니오."

아니. 3번도 아니라고?!?! 침착하자.

"그럼 우리 지유 왜 울고 있을까? 선생님한테 이야기해봐."

"국...물... 끅끅..."

울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말도 못 할 만큼 울고 있을 줄은 몰랐다. 심각하다.

"어. 국물이 왜? 뜨거운 거 쏟았어?"

그렇다. 쏟았을 수도 있다.

"아니오. 들고 오다가 순대국물이 밥으로 넘어갔어요."

진지하다. 아이는 진지하다. 나도 진지해지자.... 웃지 말자.....

"지유야, 순대국밥이라고 들어봤어? 원래 순댓국에는 밥을 말아서 먹어. 국물이랑 밥이랑 같이 먹으면 되겠네."

"싫어요. 난 밥이랑 따로 먹고 싶어요."

고기와 순대는 야무지게 젓가락으로 집어 먹고, 젖지 않은 밥을 숟가락으로 걷어서 먹는 지유.


이 순간을 기록하는 나는 참 행복하다.

지유야, 네가 커서도 이 순간을 기억할 수 있다면...

선생님은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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