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을 찾습니다

by 사탕볼

아이들과 함께 하는 행복한 전쟁을 마치고 내일까지 휴전 상태에 들어가는 의식을 치른다.

"모두 오늘 배운 거 기억하나요? 1교시에 같이 횡단보도 안전하게 건너는 방법 배웠지요? 3단계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

"멈추기! 살피기! 건너기!"

"잘 기억하고 있네요. 늘 차 조심하고.... 어? 저기 옷걸이에 아직 옷이 남아있는데 누구 옷이지?"

집에 갈 준비를 하면 아이들은 교실 한쪽에 외투를 걸어두는 곳에서 자기 옷을 스스로 찾아 입는다.

등교하면 자기 옷을 스스로 옷걸이에 걸고 하교할 때 다시 찾아 입는 것도 공부다.

"하얀 옷 누구 옷이에요?"

"저는 옷 입었어요."

자기 옷을 잘 찾아 입은 아이들은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옷걸이로 가서 옷을 가져와서 아이들이 다 볼 수 있게 들고 다시 물어본다.

"이 옷 누구 옷이에요?"

"서진이 옷 같은데요?"

눈썰미 좋은 쌍둥이 1,2호가 동시에 말한다. 쌍둥이 아니랄까 봐 ^^

평소 옷 스타일이나 지금 겉옷을 안 입고 있는 걸로 봐서 서진이 옷이 맞는 거 같다.

"아닌데요! 저 오늘 위에 아무것도 안 입고 왔고 저 옷 제 거 아니에요!"

그래? 옷 안 쪽 라벨을 뒤져봐도 이름은 없다.

입학식 때 학부모님께 아이 옷에 이름을 적어달라고 부탁을 드리지만, 늘 그렇듯이 자기 옷을 찾아 입는 아이들만 적어온다.

저렇게 아니라고 하니 입혀 보낼 수도 없고... 알겠다고 하고는 다 같이 인사를 한 후 종례를 마친다.

휴전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주인 없는 옷 사진을 찍어서 학부모님께 문자를 보낸다.

"옷 주인을 찾습니다. 아이들은 다 자기 옷이 아니라고 합니다. 혹시 자녀의 옷이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곧 답장이 온다.

"선생님, 서진이 옷입니다. 서진이가 자기 옷이 아니라고 했나 봐요 ㅠㅠ"

"아이들은 자기 옷을 못 알아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옷 라벨 쪽에 이름을 써주십시오. 내일 옷 챙겨 보내겠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서진이가 자기 옷을 못 알아보았을 수도 있지만 처음 누구 옷이냐고 했을 때 대답 못 하고 자기 옷을 친구들이 먼저 알아본 것이 자존심 상했을 수 있겠다 싶다.


교실에 벗어놓은 옷은 이떻게든 주인을 찾을 수 있는데 운동장에 벗어두고 가는 옷은 아무리 오랫동안(몇 년을....) 아이들이 오가는 길에 걸어두어도 찾아갈 생각을 않는다.

분실물 부동의 1위는 옷이지만 요즘 분실물 유행템은 텀블러다.

청소 여사님은 찾아가지 않는 분실물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차신다.

"요새 아~들은 지 물건 귀한 줄을 모릉께 큰일 아이가."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런데.... 운동장에 바지 벗어놓고 간 아이야. 집에는 어떻게 간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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