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대엔 자연의 아름다움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계절이 바뀌는지 꽃이 피는지 돌아볼 틈이 없어서 그랬나...
요즘은 분리수거하러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아파트 화단 꽃도 그냥 보이지 않는다. 어제까지 봉오리가 맺혀있다가 활짝 피어있는 모습을 보면 괜히 기특하다.
그래서인가 어딜 가서 예쁘고 좋은 것이 보이면 자꾸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화창한 5월. 아이들과 함께 우리 지역의 공원으로 나들이를 간다.
축구장 66배 크기의 공원은 언제나 사람으로 북적인다. 하지만 오늘은 축제가 끝난 다음 날 아침이라 이 공원에 우리만 있는 것 같다.
하늘빛도 어쩜 이리 고운지 그림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런 개인 정원이 있으면 좋겠다. 몇 시간을 걸어도 아무도 만나지 않는 나만의 공원.
"볼부인이 아침 식사를 정원에서 하시겠다고 합니다. 간단히 요거트에 현미씨리얼과 과일을 준비해 주세요. 식사 다 마치시면 에스프레소도 준비해 주시고요."
"정원 어디서 식사하십니까?"
"A, B구역을 30분 정도 산책하시고 C구역 장미정원에서 드실 거예요."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수레국화가 곱게 핀 길을 걷는다.
한 송이를 들여다 보아도 예쁘지만 길을 따라 쭉 피어있는 수레국화는 마치 캔버스에 물감으로 점을 찍은 것 같다. 조용히 걷다가 클로드 볼링의 플루트곡이 듣고 싶어서 따라오는 비서에게 부탁한다.
곧 정원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랑팔이 연주하는 플루트 소리가 들려온다.
바람에 실려오는 나무 향기를 발바닥 끝까지 공기가 닿도록 들이마신다.
"지금 이 풍경 너무 아름다워요. 그림으로 남기고 싶은데 데이비드 호크니 작가한테 부탁해 주세요. 그림 크기는 가로 3m 세로 4m로 해서 집 현관에 들어서면 정면에 바로 보이도록 설치하시고요."
30분 정도 걷고 나니 장미정원에 도착한다.
볼부인의 도착시간에 맞춰 잔잔한 호수가 보이는 자리에 아침 식사가 세팅되고 볼부인은 식사를 한다.
하늘과 호수, 꽃과 나무 어느 하나 빠짐없이 흡족하다.
천천히 식사를 마치고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는다.
"곧 화랑에서 그림을 몇 점 보여드리러 올 시간입니다. 카트로 이동하시지요."
카트를 타고 그림을 보관하는 미술관으로 이동한다.
오늘은 그림 1점만 사야지. 아껴야 잘 산다!!
"데이비드 호크니 작가와는 연락이 닿아 오늘 출발하신다고 합니다."
"수고하셨어요."
카트를 타고 미술관을 가는 길은 푸른 언덕길이다.
언덕 위에 올라 정원을 바라보던 볼부인이 문득 생각에 잠긴다.
수레국화길볼선생의 집 현관을 열면 데이비드 호크니의 '봄의 시작' 그림이 보인다. 원작은 사이즈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37년생 할아버지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오래 사셔야 할 텐데... 건강하세요.'
초원 위에서 볼부인이 하는 생각도 아마 같지 않을까...
빈 살만씨. 시간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