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나면 더위가 가시려나 말복이 지나면 더위가 가시려나.
찬 음료는 1년 내 잘 마시지 않는 볼선생도 올해는 얼음 가득 음료를 에어컨 아래에서 마신다.
오후에 소나기가 내리면 잠시 후끈한 기운이 가라앉지만 밤공기는 여전히 텁텁한 날씨.
잠도 안 오는데 맥주나 한 잔 할까.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나기 아래에서 감자전과 막걸리를 마시면 딱 좋을 날.
누가 시라도 한 구절 읊어주면 술맛이 기가 막히겠다.
"오늘 소나기 예보가 있나요? 날씨가 덥고 답답하네요."
"실내 온습도를 체크하겠습니다. 습도 45% 온도 24도로 맞춰두었는데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소나기 오면 정자에서 술을 한 잔 할까 해서요."
"주종은 어떤 걸로 준비할까요?"
"막걸리? 오랜만에 막걸리 좋겠네요. 경탁주로 준비해 주세요."
"안주는 캐비어와 훈제연어 샐러드 괜찮으십니까?"
"아니오. 감자전 부쳐주세요. 강판에 갈아서. 믹서기로 갈면 그 맛이 안 나는 거 같아서요."
가진 자의 사치. 강판에 간 감자라니.
"네. 알겠습니다."
"참! 같이 술 대작하실 작가님들 모셔주세요. 안도현, 함민복, 하늘바라기님이 뵙고 싶네요."
안도현 시인의 '간장게장'을 읽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함민복 시인의 '긍정적인 밥'에서 시집 한 권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의 마음을 덥혀줄까 라는 글귀가 마음에 오래 남는다
하늘바라기님은...... 사춘기 소녀 할리퀸 감성을 어른이 되게 해준 작가. 새 작품이 연재된다는데... 어서 다운받아야지.
오후 3시. 소나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정자에 앉아 막걸리를 한 잔씩 권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함 작가님, 시 한 구절 읊어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하하하. 시제는 뭘로 하지요?"
"비와 감자전?"
함민복 시인이 한 구절을 읊으면 이어서 안도현 시인이 한 구절을 또 읊는다.
술이 술술 들어간다.
즉석에서 지어나가는 시가 음악처럼 빗소리와 어우러진다.
AI 챗봇이 아무리 시, 소설을 쓴다 해도 이런 인간의 낭만까지 함께 나누진 못한다.
"하늘바라기님, 비와 감자전으로 한 구절 지어주시겠어요?"
"음.... 공주, 비 오는 날 감자전이라... 노골적이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B급 갬성 볼부인.
"사랑채가 집에 여러 채 있으니 글 쓰실 때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와서 작업하세요. 간혹 저와 이렇게 담소도 나누어 주시고요."
비 오는 오후의 여흥이 소나기가 그치며 마무리된다.
제대하고 집에 있는 아들에게 감자전을 부쳐준다.
덥기도 덥고 팔도 아프고 강판에 가는 건 엄두도 못 낸다.
믹서기에 감자를 조각내어 물과 함께 갈아서 체에 밭친다.
물이 빠진 감자와 윗물을 뺀 전분을 섞어 감자전을 부친다.
바삭하게 구워 아들한테 맛을 보라고 하고 반응을 기다린다
"음~~~~!"
맛있다는 뜻이다. 다행이다.
땀 흘린 보람이 있다.
밤바람에 이제 좀 서늘한 기운이 돈다.
빈 살만씨. 강판에 갈아서 감자전 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