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돌이 나전칠기 장인의 전시회를 보고 사진을 보냈다.
언듯 보기에도 값이 꽤 나가 보이는 보석함이다.
생필품만 사는 무소유 볼선생. (생필품의 영역이 좀... 넓을 뿐)
나와 소비패턴이 많이 다른 착한 돌이기에 혹시 살까봐 걱정 되어 물어본다.
그랬더니 600만 원이란다. 하하하하.
그러고는 나한테 살건지 되물으며 2억이라고 나의 재산을 깎아먹는다.
곧 2조라고 수정했지만.
몇 번을 이야기해야 2조를 알아들을까....
내 친구 착한 돌...
물욕이 없는데 돈이 많이 필요한 볼선생.
돈에 관심이 많고 재테크도 하고 싶은데 돈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착한 돌.
고고와 디디.
내가 다른 누구와 다시 결혼하는 일이 생긴다면 착한 돌은 아마 그게 누구더라도 빈 살만이라고 생각할 거 같다.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빈 살만씨. 한국말 잘하시네요."
"하객이 너무 많으면 번잡할 거 같아요. 최소한으로 줄여서 해요."
"그렇게 합시다. 뜻대로 하옵소서."
빙긋 웃으며 나를 지지해주는 아랍 왕자님.
드디어 결혼식이다.
아무리 간소하게 하려고 해도 결혼식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후딱 해지는 게 아니다.
왕실의 결혼이라 격식이 필요하지만 최소한의 격식만 갖추고 진행하기로 한다.
새신랑 빈서방과 마주 앉아 비서가 뽑아온 초대할 사람 명단을 아무리 간추려도 3000명 아래로 줄여지지 않는다.
사과 컴퓨터 대표, 별셋전자 대표 등 경제인들은 따로 약속을 잡는다고 한다.
연예인 축가는 성발라로 벌써 정해졌다. 그날의 노래는'두 사람'과 '너의 모든 순간' 두 곡^^
진짜 가족과 최측근 지인만 부르기로 했지만 영국 왕세자 부부는 초청하지 않을 수 없다.
"빈 살만씨, 정말 가까운 분들께만 보내는 초대장이니 나전장인이 만든 나전칠기 보석함에 인간문화재 서예가 선생님께 부탁해서 정성껏 준비하는 게 어떨까요?"
"좋은 생각이에요. 그럼 보석함 3000개와 초대장 3000장을 준비하도록 하겠소."
보석함 3000개라..... 우리나라 나전칠기 장인이 모두 밤새워 만들어도 몇 년 걸릴 거 같은데.... 어쨌든...
(언제부터 현실적인 거 생각했다고 갑자기 계산인 건지 쩝....)
"인도에 얼마 전에 성대한 결혼식이 있었다고 하던데 들으셨나요?"
"아시아 최고 부자 암바니 아들이 7개월간 결혼식을 했다고 하더군."
"어머나! 재산이 얼마나 되길래 7개월이나 결혼식을 했나요?"
"166조라고 합니다. 없는 살림에 아껴 쓰진 않고...... ㅉㅉㅉ."
"걱정이네요."
"오늘 초청장 준비하느라 당신을 너무 피곤하게 했군요. 일찍 푹 쉬세요. 내일은 드레스를 골라야 하니 더 피곤할 거요."
"참! 제 메이크업과 헤어는 평소에 제가 하던 분께 맡기고 싶어요."
"누구지? 바로 전세기를 띄워서 이 쪽으로 모시겠소."
"제가 살던 동네 읍사무소에서 강변으로 쭉 올라가다 보면 마차이짬뽕 맞은편에 '천생연분'이라고 미용실이 있어요. 그 언니가 제 머리를 20년 동안 해줘서 제일 편해요."
"앞으로 전속 디자이너로 일해달라 부탁하겠소."
"고마워요. 빈 살만씨."
아무래도 난 재산이 2조 정도 있어야겠다.
일단 사우디를 가야 빈 살만을 만날 텐데 구글 검색하면 주소가 나오려나.
가서 뭐라고 하지? 결혼하자고 할까?
비행기값은 얼마나 하지? 편도로 잡아야 되나? 복잡하다.....
머리가 복잡할 땐 치맥!
내일 미용실 예약부터 해야겠다. 개학 준비 흰머리 염색을 해야 한다.
천생연분 언니는 내가 이렇게 홍보한 줄 알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 작고 소중한 월급이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산 건 없는데 카드값은 왜 이리 많으며 대출금은 어떻게 이리도 미세하게 갚아지는걸까.
2조 정도 있으면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애초에 20억이라고 하면 욕심이 생길까 봐 내가 원하는 돈을 2조라고 정한 것 같다.
내일도 돈 벌러 가야지.
그래도 혹시나 사우디 말을 공부해 볼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