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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D Nov 18. 2021

오늘의 난데없는 눈물바람 송

20211118

난데없는 눈물바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를 틀었더니 럼블피쉬의 으라차차가 나온다.

혼자여서 좋은 일이 너무 많다는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쏟아진다.


나는 아직도 무리하고 있는 건가?

아까는 난데없이 뒤적뒤적 디데이를 찾아보았다.

너와 함께 한지 4430일. 네가 떠난 지 162일.

시간은 하릴없이 빨리도 흐른다.


나는 혼자 잘 산다.

사실 너와 떨어져 살 때도 혼자 잘 살았다.

너는 제주에서, 나는 서울에서 혼자 밥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잘 살았다.


어제는 문득 뭔가 위태롭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매일매일 빼곡한 일정. 강박적으로 채워가는 달력.

저번에 상담에서 일주일에 사적인 약속을 한두 개로 제한해 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뭐 그게 잘 되나 ㅎㅎㅎ


여튼, 그래서 즐거운 일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쓰고 보니 "노력 중"이라고 썼네. 

여튼 노력 중인가 보다.


내 일이 아니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며 분명 나도 친구를 꼭 안아줄 텐데,

뭐든 내일이 되고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건 진리인 듯.


혼자여서 좋은 일은 참 많다.

하지만,

사실은,

그게 너와 함께 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게 안타깝고 아쉬운 거다.


내가 좋아하는 이 모든 게,

사실은 너도 너무나 좋아했을 꺼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이다.


나이 듦의 상상은, 함께를 그릴 때 더욱 단단하고 따뜻해진다.

어느 순간부터 나의 나이 듦엔 나의 친구들과 커뮤니티와 그리고 네가 있었다.


이 친구들과 커뮤니티 만으로도 충분히 단단하고 안정적이고 평온하지만,

그 퍼즐의 마지막 조각은 항상 너였나 보다.


이젠 완성될 수 없는 퍼즐 조각 안에서,

완성 따윈 포기하고, 한 조각이 빠져도 편안한 삶이라는 확신과,

어떻게든 새로운 조각을 만들어 완성하고 싶은 마음과,

이런 모든 걸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유영한다.


오늘도 다 너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살려고 너를 힘껏 원망하는 척하겠다.

정말, 모든 게 다 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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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블피쉬 - 으라차차


다시 내게 찾아온 거야
너무 빨리 돌아온 거야
니 모습을 보여봐
쑥스러워 그런거야

빗소리를 듣고 온 거야
밤이 너를 다시 불러낸 거야
너를 밀어내려고
이렇게 난 소리 질러

으라차차 한 번 더 참아볼게
으하하하 웃으며 넘겨볼게
혼자여서 좋은 일이 아직도 너무 많은데

나는 법을 잊어버렸다 해도
내일 향해 걸어가는 이 길이
언젠가는 더 커다란 날개가 되어 줄 테니

나를 긴장하게 한 거야
지루하게 보였던 거야
니 모습을 보여줘
수줍어서 그런거야

혼자라는 사실 때문에
고독이란 너의 이름만으로
다시 밀어내려고
이렇게 난 소리 질러

으라차차 한 번 더 참아볼게
으하하하 웃으며 넘겨볼게
혼자여서 좋은 일이 아직도 너무 많은데

나는 법을 잊어버렸다 해도
내일 향해 걸어가는 이 길이
언젠가는 더 커다란 날개가 되어 줄 테니

차가운 그 날의 기억들도
다시는 가질 수 없는 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만

나를 잊으란 그 말들도
다시 떠나란 그 말들도
한숨 속에 모두 다 날릴 테니

라랄라라 신나게 살아볼게
으하하하 더 크게 웃는 거야
혼자여서 좋은 일이 아직도 너무 많은데

이젠 나를 다신 찾아오지 마
가끔 내가 너를 찾아갈 테니
나란 사람 있다는 것만 잊지 말고 잘 살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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