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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D Dec 03. 2021

오늘의 눈물바람 송 - 그대 돌아오면

20211203

내일은 력사의 생일날이다. 첫 생일은 제사를 지낸다 하여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다. 

장 보면서는 깔깔대며 '너 좋아하는 거 다 먹어라'며 핫도그를 사고, 과일을 쟁였다. 

딱 한 번밖에 없을 생일이니 력사가 좋아하던 친구들도 몇을 불렀다. 



참 바쁜 나날들이었고, 바빠서 싫었지만 참 좋았다 아니, 좋았지만 싫었다 일까? 여튼.


그런데 오늘 사무실에 출근을 하는데,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나오는 거다. <그대 돌아오면>

또 가사가 구구절절하며 운전하면서 엉엉 울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이, 참 징그럽게도 난 너를 아꼈나 보다 라는거. 그리고 아직도 난 또 씩씩하고 열심히 살기를 노력하고 있구나 라는거.

뭐, 그래 사귀던 사람이랑 헤어지기만 해도 지나가는 노래에 오열하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니, 내가 그렇게 눈물이 팡팡 터지는 것도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이렇게 팡팡은 뭐랄까. 그리움을 더 끌어올려주는 것뿐인걸.


삶이 내 위주로 돌아가기를 너무 바란다.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젠 정말 온전히 나만을 중심으로 삶을 꾸려나가야 하는 시점이 도래한 거니까.

그래서 사실 무리이긴 했지만, 4일에 하루 농성을 참여하고 이후에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한 것이기도 하다. 나에게 현재 이 상황에서 활동가로, 참여자로 함께 하는 건 너무나 중요한 가치니까. 너는 쫌만 기다려줘. 이 밤이 가기 전에 너에게 거하게 한상 차려줄 테니. 뭐 이런 거?


너는 다듬어지지 않은 애인이었고, 따뜻한 표현도 할 줄 몰랐고, 로맨틱하고는 거리도 먼 사람이었다. 

우리는 생일 선물도 막 등산가방 사주고, 바지 사주고 그런 실용적인 거에 집착했었다. 심지어 나의 마지막 력사 생일 선물은 두둥!!! 윈도우10 정품이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


그러니 우리의 실용을 좀 더 가져가야겠다. 

이번에 내가 준비한 너의 생일선물은 친구들이다. 

지금 너에게는 가방도 신발도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가장 중요할 친구들의 모습을 선물로 주련다.


그러니 꼭!!! 그날 밤엔 나타나서 고맙다고 말해라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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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돌아오면>

참 그대 차가웠죠 마지막 인사까지도

그 흔한 한마디 잘 지내란

말도 없이 돌아섰죠

그대는 괜찮나요 지금은 행복한가요

난 힘이 들어요 바보처럼 아직도

그대 생각만을 해요


빈 수화기를 들고 그대 이름 불러요

아무것도 누르지 못한 채로

그댄 그렇지 않죠 이젠 나의 얼굴도

내 목소리도 잊은거겠죠


아직 혼자 남은 추억들만 안고 살아요

우리 함께 걷던 그 거리를 혼자 걸어요

혹시 걷다보면 나를 찾는 그대를 만나

다시 그대와 사랑하게 될까봐


그대에게 쓴 편지 보내지도 못하고

내 두손에 가만히 놓여 있죠

그댄 그렇지 않죠 나와 나눈 얘기도

기억도 모두 묻은거겠죠


아직 혼자 남은 추억들만 안고 살아요

우리 함께 걷던 그 거리를 혼자 걸어요

혹시 걷다보면 나를 찾는 그대를 만나

다시 그대와 사랑하게 될까봐


오늘 그댈 본다면 말해야 하는데

그대 찾고 있었다고

다시 나의 곁에서 떠나려고 한다면

이젠 안된다고


지친 기억들만 안은채로 살긴 싫어요

슬픈 그 거리를 그대 함께 걷고 싶어요

이런 나의 마음 그대에게 닿길 바래요

다시 그대와 사랑할 수 있도록

그대 돌아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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