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길거리/밤
멀리서 검은 실루엣이 엉켜 보인다. 다가가며 형체가 뚜렷해진다. 얼핏 긴
생머리 두 명의 여자처럼 보인다. 근접했을 때 남녀의 틀이 잡힌다. 해솔과
미성이 격렬한 키스 중이다.
인기척이 들리자 미성이 먼저 해솔을 밀치며 고개를 숙인다. 행인들이 지나
가는 이유임을 깨달은 해솔이 화가 치밀어 미성의 어깨를 밀친다.
해솔 뭐 하는 거야? 못할 짓 했냐?
미성 (해솔의 팔을 잡으며) 그게 아니라 사람들이 지나가니까 그러지.
해솔 야! (자신의 몸에서 미성의 손을 떼어내며)됐어. 집어치워.
미성 그게 아니라,
뒤돌아가던 해솔이 미성을 돌아본다.
해솔 뭐?
미성 (입만 뜰썩거리다) 우리 사이가 알려지는 거 부담스러워.
해솔 그래. 집어치우자.
미성 해 솔아.......
해솔이 가던 길을 간다. 미성의 눈에 눈물이 그득하다.
#2. 어물전/이른 아침
해솔이 가게 안 간이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미옥이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하며 장사를 시작하러 걸어온다.
이른 아침, 꼿꼿이 굳어버린 손을 주무르며 가판대를 덮은 파란 비닐을 걷는다. 잠들
어 있는 해솔을 모르고 장사를 시작한다. 아주머니가 다가와 가자미를 찾는다.
아줌마 (가자미를 살피며)이건 얼만가?
미옥 그건 뭐. (눈치를 살피며) 옆에 누운 놈은 7천 원, 그 옆에 누운 놈은 만 원정도
하려 나?
아줌마 아이고!! 무어가 그래? 하고~ 하고! 식겁하겠구먼!
미옥 까자미 한 마리에 식겁할 건 뭐야! 싫음 가요!
기싸움이 팽팽하다. 시끄러운 소리에 해솔이 가늘게 눈을 뜬다. 반짝이는 조
각들이 공중을 날아다닌다.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정신을 차리려 애쓴다.
검은 봉지를 보고 놀라며 몸을 일으킨다.
미옥 그래~ 그래. 암만 죽은 사람 먼저 맛본다고 아무거나 사면 쓰나.
미옥이 만 원짜리 가자미를 들어 나무 도마에 올리다 인기척을 느끼며 뒤돌아본다.
놀라 소리를 지르고 분개한다.
미옥 악! (왕소금을 틀어쥐고 분하다는 듯 해솔에게 뿌려대며) 아이고 깜짝이야!
집구석에는 안 들어오고 뭐하나 했더니! 또 어떤 거랑 붙어먹었나 싶었다!
공중에서 반짝이며 떨어지는 소금이 해솔에 머리에 뿌려진다. 이 광경을 본
아줌마가 놀란다.
아줌마 무슨 소리래?
미옥 몰라도 돼요! (머쓱하단 듯)으흠!
해솔 아이씨! (머리를 털며) 아침부터 또 왜 그래!
말을 이으려는 해솔을 무섭게 째려보던 미옥이 가자미 꼬랑지를 잡고 보란
듯 식칼을 든다.
미옥 (아줌마를 보며) 주둥이는 자를 거지?
미옥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해솔이 아무 말없이 나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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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a Hen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