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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거슨 댈리 Dec 31. 2016

누군가의 12월 31일

지금 우린

지난 추억과 가장 가까운

시간을 만났습니다.

2017. 1. 1




그녀는 어제 울었습니다.


나이 많은 가난한 유학생으로 살기로 결심했던

2016년의 끝을 앞두고


설움에 울다가

옛 시간의 자신이 자랑스러워

바보 같은 선택을 원망했어요.


그래도 오늘

그나마 집다운 집을 구했고,

지하실이라도 홀로 지내는 아늑한 공간에

만족했어요.




그는 끊임없이

몸통을 울리는 기침을 하며

희고 딱딱한 침대에 누웠습니다.


한단어를 꺼내기도 전에

오장육부를 떨게 하는 기침으로


다가오는 2017년이


자신의 삶의 마지막 해가 될 것을

짐작하고 있습니다.


서러움에 눈물을 흘릴까 하다가도

아득한 낡은 시간들이

새삼 새 것같이

반들거리는 아침을 기다리기로 했는지

눈을 감아봐요.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있을 그녀와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웃을 그들을

생각해요.


가까운 어디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를,

7분 남짓 남아 노래를 부를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북적임을 듣고 있어요.


2017년은

새로운 무엇을 희망하지 않습니다.


이제껏

소원했던 일들을 도전하며

구식으로 보낼 생각이니까요.



나름 멋을 내어

입술에 바른 반짝임은

컵 안을 떠다니고


새로 산 향수를 머리 끝자락에 뿌린 채

바람이 불기를 기다립니다.



새해가 좋은 건

그래도

누군가의 미소들을 떠올리는 일이

자연스러운 밤으로 시작하기 때문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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