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인생의 지질함이란 매일 하나씩 창조되는 유일한 새로운 것
끝날 줄 모르는 인생의 지질함이란 매일 하나씩 창조되는 유일한 새로운 것이다.
2년째 신고 있는 신발에겐 갈라짐이 유일한 새로운 일이듯.
세상에서 가난한 사람이 나뿐 만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보다는 지금 내 상황이 낫다고 말하며 박정하게 굴고 싶지 않다.
사실 이것 역시 나의 자격지심이다.
솔직히 지금 나보다 나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상대적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경우보다
내가 비교 상대가 되어 위로할 수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가난한 사람에겐 눈치란 게 불필요할 정도로 잘 발달해 있다.
저주받은 기분이 든다.
우리 가족은 저주받은 게 분명하다.
가난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숙명 같다.
신발 바닥에 유난히 푸른 빛깔을 내는 테이프가 어울리지 않는다.
사장님이 신발 바닥을 보며 다독인다.
“센스 있는데?!”
“네..........”
“상연아. 탕수육 나왔다.”
“네.”
전화벨이 울린다.
“네. 지금 출발했습니다.”
눈치를 보니 탕수육 전환가보다.
얼른 랩을 입혀 철가방에 담는다.
“상연아. 서비스로 콜라 하나 가져가 봐. 목소리가 또 지랄하게 생겼다. 조심하고.”
“네.”
철가방이 피자집이나 치킨 집처럼 보온통으로 바꿨으면 좋겠다.
탕수육처럼 큰 접시는 번번이 철가방에 걸쳐져 제대로 닫히지도 않으니 커브를 돌거나
비가 오는 날엔 젖어버리기 일쑤다.
그림출처: UFU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