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by 공백감자

앙상하게 뻗은 나뭇가지를 보고 있자니

아버지 생각이 났다


한때 초록잎으로 빨간 잎으로

저마다의 색으로 수놓았을텐데

원래의 종자도 알 수 없이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를 보고 있자니 청춘을 까맣게 잊어

늘어진 가죽만 덮고 있는 아버지 생각이 났다


비바람 몰아치고 벼락이 쳐도 제 몸하나 숨길 곳 없어

두려웠을 텐데


잎이 마르고 뿌리가 시려도 의지할 곳 없어

서글펐을 텐데


봄 오면 몸 녹여 쉬려 했더니 한평생 서서 지켜온 자리라

지쳐 쓰러질 수도 없는 마른나무를 보고 있자니

가장 기둥 노릇에 제 몸하나 성한데 없는 아버지 생각이 났다





추운 겨울, 마른나무를 보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앙상하다, 쓸쓸하다, 서글프다


찬 바람이 피부를 스치듯, 식어오는 내 마음을 대변하는 외로운 단어들이다.

하지만 나무의 모습은 사시사철 달라지고 이는 마치 인생 같다.


보통 시나 소설에서 봄은 시작을 알린다.

새싹과 꽃이 움트는 생명의 탄생이 시작되는 것이 봄이기에

봄을 인생에 빗댄다면 봄은 유년기가 될 것이다.


따사로운 봄이 익어 열정 넘치는 여름은 청소년기.


미지근한 감성에 젖어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는 가을은 중년기.


그렇다면 겨울은 어떤가.

과연 상실일까. 쇠퇴일까.

나는 겨울나무를 보며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것은 상실도, 쇠퇴도 아닌 희생이었다.


봄으로, 여름으로, 가을로, 그리고 겨울로 살아갈 당신의 자식들을 위해

당신이 지나온 태양빛으로, 기어코 차갑게 부는 바람으로 가지가 말라가지만

겨울이 와야 봄이 온다는 진리는 변치 않으므로


나는 추운 겨울, 마른나무를 보며 희생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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