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한 장 채우기가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나
거울 들여다보는 시간이 이렇게 아까웠나
나를 돌보는 시간을 애써 내야 하는 거였나
언제 이렇게 어두워졌는지도 모르게 해가 졌다
창 밖 내다볼 시간 없어 내 맘 들여다보질 못했다
어릴 적, 창고에 물건을 찾으러 갔다가
먼지 쌓인 두터운 앨범을 보면
찾으러 간 물건은 뒷전이고
양장 앨범을 양손 가득 들고 거실에 내려놓았다.
앨범 속 사진들은 보고 또 본 사진들인데도
언제든 꺼내볼 수 없으니 기회만 되면
앨범을 펼쳐보았었다.
하지만 요즘은 클라우드라는 저장공간이 생겨,
사진을 전자로 보관하는 시대가 왔다.
창고에 가서 앨범을 꺼내올 필요 없이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든 추억을 열어볼 수 있지만
열어볼 추억이 점점 사라진다면
그것이 의미가 있을까?
예를 들면,
어느 날 '1년 전 오늘'이라는 문구와 함께 클라우드 앱에서 알림이 왔다.
그날만 온 것은 아니었다. 그전에도, 그 전전에도, 그 전전 전에도 왔었다.
하지만 나는 매번 과거를 회상하는 여유를 가지라는 메시지에도 망설임 없이 알림을 지우며 그저 귀찮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알림을 실수로 눌러 클라우드에 들어가 보니
1년 전 오늘이라고 소개하는 사진은 자동 업로드된 스크린샷이었다.
그러다 문득, 내 클라우드 속 사진들을 들여다봤다.
나의 추억 사진은 없고 온통 일 사진과 무의미한 스크린샷으로 가득한 앨범을 스크롤하면서..
나는 앨범의 해가 최근에 가까워질수록,
온갖 귀여운 표정을 짓는 나
맛집에서 즐거워하는 우리
티격태격하며 브이자를 그리는 가족
다시 볼 수 없어 급히 찍은 노을사진이
점점 줄어든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는 저화질 폴더폰으로 용량이 꽉 찰 때까지 찍더니
지금은 백만화소는 우스운 256기가 스마트폰을 가지고서도
앨범 한 장을 못 채우니 무슨 일인가.
잠깐의 특별한 추억들로 힘든 시간을 버티는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에도 남지 않았다.
앨범 한 장 채우는 것이
나를 위로하고 안아주는 것이라 믿었었는데,
이렇게 더디 채우면 언제 나를 쓰다듬어줄까.
나를 돌보는 것을 잊고 산지 얼마나 되었을까.
하늘과 구름이 대비되던, 태양빛이 지나간 자리가 따뜻했던 그 노을마저도 보지 않게 된 게 언제부터인가.
창 밖을 내다보아야 하늘을 올려다보지,
내 맘을 들여다보아야 나를 돌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