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8. 미라클나잇의 장단점과 솔직한 후기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밤글이 어울릴 것 같다'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대학생 때 밤새가며 공부하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겨우 습관 들인 미라클모닝을 저버릴 생각은 없었지만, '혹시 밤에 글을 쓰면 정말 글이 더 잘 써지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실험 삼아 며칠만 해보기로 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것에서, 새벽 2시에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즉 미라클모닝에서 미라클나잇으로 한 번 바꿔봤습니다.
1. 여유가 있다
미라클모닝은 저녁 시간이 짧습니다. 퇴근 후에 집으로 와 저녁 먹고 씻기만 해도 금세 잘 시간이 다가오거든요. 그에 비해 미라클나잇을 할 땐 새벽 2시에 잔다고 생각하니 마음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알람을 듣지 못해 기회를 놓칠 일도 없었고요.
2. 정신이 몽롱하다
미라클모닝은 새벽에 일어날 땐 좀 힘들어도, 씻고 나면 맑은 정신으로 뭘 할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라클나잇은 대부분의 에너지를 회사에서 쓴 후에 하는 거라,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3. 왠지 모르게 찝찝하다
미라클나잇은 해야 할 일들을 자기 전에 미리 해두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만 하면 됐었습니다. 해야 할 일들을 미리 한다는 점에서는 미라클모닝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뭔가를 하고도 하지 않은 듯한, 묘하게 찝찝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4. 안 좋은 습관이 재발한다
미라클모닝은 일찍 일어남으로써 시간을 만들어 내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라는 생각에 미세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글쓰기에 좀 더 집중하게 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라클나잇은 '늦게 자도 된다'라는 생각에 시간이 남아도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모든 것에 관대해지는 게 탈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글을 쓰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새벽에 쓸 때처럼 필사적으로 쓰려하지도 않았습니다. 글이 써지면 써지고, 안 써지면 숏폼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 엉뚱한 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음은 너무 여유로워도 문제였습니다.
맑지 않은 정신으로 잠이 들면 맑지 않은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는 걸 느끼면서, 미라클나잇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해야 할 일들을 전날 밤에 미리 해놓고 잔다는 이점이 있긴 했습니다만, 흐리멍덩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건 여러모로 득보단 실이 많았습니다.
미라클모닝을 할 땐 항상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났으니 회사에 지각할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미라클나잇을 하면서 이직 후 처음으로 지각할 뻔한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그때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글쓰기를 인생의 과업으로 삼고, 글쓰기를 사랑하며, 글 쓰는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글쓰기가 아니라 회사에서 일하고 받는 월급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월급을 받지 못한다면 저는 글을 쓰지도 못할 뿐더러, 기본적인 생활조차 불가능할 겁니다. 그런 만큼 취지가 어떻든 간에 직장생활에 지장이 간다면 그 루틴은 하지 않는 게 맞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미라클모닝만이 꼭 정답은 아닙니다. 출퇴근 시간은 각자 다르고, 늦은 시간에 능률이 더 좋은 사람은 분명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밤늦게 글을 써 보고는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전 무조건 아침에 일어나야 그나마 뭐라도 해내는 인간이라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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