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알아서 잘 살 것이다
현이를 처음 봤을 때 내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무덤덤 그 자체.
'얘는 누굴 닮은 거지'
'생각보다 못 생겼네'
'코 모양이 설마 계속 저러진 않겠지'
'혹시 할아버지를 닮은 건가'
그나마 이 정도의 생각이 들 뿐이었다. 사랑? 감동? 같은 건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드라마가 과장일까, 내가 비정상일까. 다행히 날이 갈수록 현이에 대한 사랑은 점점 커졌다. 보면 볼수록 귀엽고 사랑스럽다. 나의 미라클모닝과 대부분의 자유를 앗아간 악당(?)임에도, 살인 미소 한 방이면 사르르 녹는다.
하지만 이 아이한테 필요 이상으로 많은 에너지를 빼앗기지 말아야겠다는 경각심도 동시에 든다. 현이도 언젠가는 자라서 나처럼 부모든 뭐든 안중에도 없이 자기 삶에 바빠질 테니까. 나는 나대로 아내와 함께 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부터 심신이 건강해야 아내와 아이의 마음에 평온이 깃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자식 사랑에 매몰되어 나를 잃지 말자. 나 또한 갓난아이로 태어나 온 우주를 버텨왔듯, 현이도 알아서 잘 살 것이다.
되도록 해주려 하지 말고, 최대한 보여줄 수 있기를.
아빠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게끔.
CONN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