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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관심을 끊었더니 생긴 변화

독서와 글쓰기로 점철된 삶

by 달보


처음 돈 공부를 시작했을 때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메시지는 "돈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라"는 말이었다. 그 말은 돈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돈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뜻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돈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당시 나는 하나의 체크카드 통장으로 월급, 고정비 등 모든 수입과 지출을 한꺼번에 처리하고 있었다. 그러다 돈 공부를 하면서 통장을 용도에 따라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후 월급 통장, 고정비 통장, 비상금 통장 등으로 나누었고,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소비도 하나씩 점검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아무 생각 없이 유지하고 있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1.5GB 요금제로 바꿨는데,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요즘은 어디를 가든 와이파이가 없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나갔다.


가계부도 사서 한 달 동안 돈이 어디로, 얼마나 쓰이는지 기록했다. 돈의 흐름을 명확히 파악하면 더 잘 관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은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다. 적어도 그땐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내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돈에 대한 관심을 덜 두기 시작하자, 이상하게도 돈이 더 많이 들어오는 듯했다. 나는 월급이 들어오든, 성과급이 들어오든 통장에 돈이 들어와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돈이 있어도 딱히 쓸 곳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라 해봐야 일주일에 서너 번, 4,8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사 먹는 게 다였다. 그러니 가계부를 쓰는 것도 더는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돈에 대한 관심을 의도적으로 끊으려 노력한 건 아니었다. 독서와 글쓰기로 여가 시간을 채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돈에 대한 관심이 희미해졌고, 그렇게 소비가 줄어든 만큼 잔고는 비례해서 늘어났다. 경험상 저축과 불림의 기본값은 소비를 줄이는 것에 있다는 걸 실감했다.


돈은 결국 감정을 사는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명품을 예로 들어보자. 명품은 본인이 좋아서 사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 명품의 가치는 남이 알아봐 줄 때 비로소 빛이 나는 법이다. 기능만 놓고 보면 명품은 값어치를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기능이 뛰어난 물건이라 하더라도, 비싼 가격 탓에 조심스럽게 다루게 되고, 정작 잘 쓰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좋은 차를 타고, 크고 넓은 집에 살며, 모든 이가 나를 인정한다고 해도, 그런 것들이 주는 감정은 잠깐일 뿐이다. 그 순간이 지나면 더 많은 것을 갈망하게 되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에 비해 독서와 글쓰기는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 하지만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읽을 책은 끝이 없고, 쓸 글 역시 제한이 없다. 책을 읽으며 몰랐던 세상을 알아가고, 글을 쓰며 내 안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간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충만함을 준다.


책 속에서 낯선 도시의 골목을 누비는 설렘을 느끼고, 글을 쓰며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낼 때의 기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돈은 수단일 뿐이지만, 독서와 글쓰기는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오늘도 나는 그 여정을 탐험하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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