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돈이 아니라, '할 일'이 있어야 한다
어디선가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몸이 아파도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고. 나도 글쓰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니, 나 역시 그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감기 기운이 올라오니 글쓰기는 개뿔, 회복하기도 바쁘다. 결국 나는 그 정도로 글쓰기를 사랑하는 건 아니었나 보다.
현이 밥 먹이고, 씻기고, 약 챙겨 먹이고 난 뒤 7시쯤 드러누웠다. 그리고 밤 11시까지 푹 잤다. 한 50% 정도는 회복된 기분이다. 그런데 일어나자마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이 정도면 나도 꽤 글쓰기에 미친 놈 아닐까.
나는 글을 쓸 때 이전에 쓰던 글을 이어갈 때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대부분은 즉흥적으로 아무 글이나 써내려간다.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는 게 아까운 걸까. 지금 이 순간 바람처럼 스쳐가는 감정, 생각, 온기 같은 것들은 기록하지 않으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다. 물론 이런 것들이 나를 먹여 살리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남겨야 하는 필수적인 기록도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렇게 하고 싶다. 본능적으로 손가락이 키보드 위로 가고, 타닥타닥 자판을 두드리게 된다.
이 글을 쓰기 직전에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동기부여 영상을 몇 개 봤다. 영상 속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진심을 다해 어떤 일에 몰두해보지 않았던 것이, 100세를 바라보는 노인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영상을 보면 마치 밥 먹다가 흘린 부스러기를 치우지 못한 것처럼 찝찝했다. 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기분이 든다. 언제부턴가 내게도 그런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뜻밖의 손님처럼 내 삶에 편입됐다. 나는 한 번도 글을 쓰는 삶을 꿈꿔본 적이 없었는데.
다행인 건,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즐긴다는 것이다. 내 글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면 좋겠고, 책으로 출간되면 좋겠고, 유명해져서 전업 작가로 살면 더없이 좋겠다는 바람은 물론 있다. 하지만 그런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서 충족감을 느끼는 것이 더 크다. 별다른 계기가 없는 한, '주객전도'가 될 일은 없을 것만 같다.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다. 어릴 때는 "좋아하는 일이 뭐야?"라는 질문이 얼마나 인생을 관통하는 질문인지 몰랐다. 그리고 그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못하는 게 얼마나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지도.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알겠다. 많은 사람들이 갈망하고 희망하는 행복은, 단언컨대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돈이 많은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기만의 일'을 찾는 것이 아닐까. 특히나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에서는 더더욱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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