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에 없던 여행 에세이를 쓰게 된 계기

day 5-2

by 달보


하얏트 호텔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도심에서의 운전을 막 그렇게 싫어하진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제주에서는 악셀 페달에서 발을 떼게 만드는 모든 요소들이 거슬렀다. 끼어드는 차들, 단속 카메라, 신호등. 남은 km 수 대비 과하게 많이 남은 도착 시간을 본 순간부터 이미 마음은 불편했다. 애써 아내를 목적지에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핸들을 잡고 있는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커다란 호텔은 교통 체증을 뚫고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한 번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도 꽤 번거로웠다. 진입할 때 바닥에 표시된 안내를 잘 살펴야 했다. 짧은 동선이지만 길을 잘못 들면 괜히 주변을 한 바퀴 돌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로비 앞까지는 무사히 진입했는데 차를 세운 자리가 왠지 정해진 구역이 아닌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누가 다가와 차를 빼달라고 할까 봐 서둘러 유모차를 내리고 현이를 태웠다.


유모차를 끌고 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문득 사진을 찍고 싶어져 폰을 꺼냈다. 하지만 이미 아내는 회전문에 들어서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던 찰나, 유모차 때문에 회전문이 잘 돌아가지 않는 듯했다. 도와주려 급히 내리려 했지만 아내는 어찌어찌 힘겹게 회전문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씁쓸함과 안도감이 뒤섞인 마음으로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아내를 호텔에 내려다주는 일에만 정신이 팔린 나머지, 정작 이후에 어디로 갈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가장 만만한 건 스타벅스였다. 앉은 자리에서 앱으로 주문할 수 있고 어느 지점이든 콘센트가 있어 낯선 지역에서 글을 쓸 때 자주 찾곤 했다. 호텔 근처에도 매장이 있었는데 그쪽은 가고 싶지 않았다. 일단은 도심을 벗어나고 싶었다.


글을 쓰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눈치 보지 않고 두 시간 이상 머물 수 있을 것, 그리고 콘센트가 있을 것. 하지만 네이버 지도만으로는 이 조건을 만족하는 카페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시간도 넉넉하지 않아 점점 마음이 조급해졌다. 결국 내가 선택한 곳은 해안가에 자리한 스타벅스였다. 가능하면 프랜차이즈 카페는 피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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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스타벅스는 해안도로에 위치해 있었고, 커다란 전면 유리 너머로 펼쳐진 바다는 마지못해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았다는 불편한 감정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2층 테이블은 전부 바다 쪽을 향해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창가 쪽은 이미 만석이었다. 하지만 거긴 애초에 콘센트가 없어서 앉을 생각도 없었다. 나는 중간에 놓인 8인용 원목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그 테이블만 유독 한산했다. 보통 가족 단위나 커플들이 앉기엔 애매한 구조 덕분이었다.


사실 마음 한구석은 찜찜했다. 제주도에 오기 한참 전부터 '무슨 글을 써야 하지'라는 생각이 글을 쓰려는 순간마다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그 지독한 물음은 제주까지 따라와 근사한 바다 뷰조차 밀어내며 나를 괴롭혔다. 그래도 이 귀한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었기에 어떻게든 써보자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여행 에세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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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보가 쓴 책 :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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