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다른 행복의 정의

행복은 바로 곁에 존재한다

by 달보


니체는 우리의 인생이 고달픈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상관없이 이 삶을 사랑하라고 했다. 곧 행복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달려 있다. 행복이나 불행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현재 가진 것에 얼마나 만족하며 감사하는가에 달려 있다.
- 책 '마흔에 읽는 니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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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사람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횡단보도를 가면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은 겉으로 보면 똑같아 보이지만 각자의 프레임과 시선대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다 똑같을까? 답은 알 수 없다. 그들 한명 한명의 삶을 살아보지 않는 이상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남의 생각은 알려고 하면 할수록 무의미한 짓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각자가 완전히 다른 세계관으로 세상을 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들 행복을 외치지만 서로의 생각들이 다른만큼 각자가 원하고 추구하는 행복의 정의도 그만큼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행복을 바깥에서 찾는 것이 쓸데없는 짓이라고도 생각한다. 내가 변할 수 있어야 행복을 경험할 수 있을 텐데 매번 남 좋은 일만 해주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난 평소에 얘기하고 다닌다. 진정한 행복은 '크게 불행하지도 않은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는 집착도 없는 상태'라고 말이다. 쉽게 말하면 그저 편안한 사람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일이 생기면 다 좋은 게 아니다. 잠깐은 좋은 감정과 기분을 느끼겠지만 그 좋았던 것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그 간극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긴다. 좋았던 기분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사람은 아쉬움을 느끼고 그 아쉬움은 새로운 욕망을 낳게 된다. 그런 욕망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원하는 것이 많아지고 다음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 기대가 매번 충족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삶이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없기에 불행을 겪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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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나쁜 일

나쁜 일은 두말할 것 없이 당연히 안 좋다. 기분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기분이 나빠지면 세상 모든 것이 싫어지고, 의욕이 떨어지며 엉뚱한 짓을 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가만히나 있으면 다행이다. 엉뚱한 짓을 하면 미래에 후회하게 되는 것을 예약하는 셈이고 그런 후회들이 쌓이면 자기 삶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다. 가장 좋지 않은 건 그런 악순환이 자기 자신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인생만큼 최악의 인생은 없다.


하지만 나쁜 일에도 나쁜 요소들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나쁜 일을 겪으면 현재 나의 상태를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다면야 그런 것들을 알아챌 겨를도 없겠지만, 평소에 마음공부를 해 본 사람이라면 순간의 감정은 흘려버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라도 배우려고 노력하는 태세를 갖출 수 있다. 좋은 일은 좋기만 하고 끝나지만 나쁜 일은 다음에 대비한 대비책을 세울 수도 있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무엇을 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난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생기지 않는 그저 편안한 상태가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 일도 없이 그냥 존재하기만 하는 상태. 자극은 없지만 자극을 원하지도 않는 그런 상태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행복은 언제나 누릴 수 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 명상이 있다. 명상은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비우고 원하는 미래를 상상하는 연습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그런 것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려는 목적이 크다. 온갖 잡생각이 일어나더라도 다시 현재로 돌아오게끔 하는 목적이 가장 주된 활동이라고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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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항상 우리 곁에

그래서 내가 믿고 있는 최고의 행복은 명상만 하더라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아니면 조용히 걸으면서 한 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의 발바닥의 느낌에만 집중해도 누릴 수 있다. 그냥 아무 생각, 기대도 없이 현재에 머무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숨을 쉬고 내쉴 때 내 몸에 들어오는 공기, 걸으며 팔을 저을 때 느껴지는 흘러가는 바람들. 이런 것들을 고요하게 느끼기만 해도 충분히 행복한 상태에 잠깐 머물다 오는 것이다.


행복을 이렇게 나처럼 정의하는 사람이 있을까. 일단 내 주변엔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매번 이상하게만 쳐다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젠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이런 행복방정식은 거의 책에서 배운 것들이다. 책에서 읽고 기억했다가 실제 삶에 적용해 보고 꽤 괜찮아서 내 것으로 만든 것들이다. 드물겠지만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도 깊게 얘기하면 할수록 결국에는 서로의 평행선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러니 너무 남들이 주장하는 행복같은 것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어차피 그들과 나는 다른 세계관에 살기 때문에 애초에 섞일 수가 없는 존재다. 만약 섞인다고 한다면 그건 본인이 그들과 융합된다는 착각 속에 빠져 살아가는 것이다.


손에 잡히지 않을 것만 같던 행복이라는 것도 한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서 스위치처럼 켰다 껐다 할 수 있는 그런 감정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어제 행복했던 사람이라고 오늘도 행복할 리는 없다. 우리에겐 매일 하루하루라는 색다른 기회가 주어진다. 어제와 오늘이 같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본인이 그 정도밖에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어제 집 앞에 떠다니던 구름이 오늘 집 앞에도 떠다니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어제 행복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오늘도, 아니면 내일이라도 언제나 행복할 수 있는 기회는 열려 있고 그 기회의 문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열고 닫는 것이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럼 좀 더 세상이 밝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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