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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내겐 낯선 공간

병원을 떠올리며

by 달보


keyword, 병원

아직 난 병원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적도 없고 내가 크게 아파서 입원한 적도 없고, 주변 사람이 다쳐서 병문안을 간 적도 손에 꼽는다. 난 병원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거의 무지한 상태다. 응급실이 어디쯤 있는지 접수는 어떻게 하는지 기억도 없다. 그런 병원은 내게 아직은 호기심이 가득한 공간이다. 병원에 다니는 사람들의 고충보다는 병원에서 나오는 밥맛과 입원생활 같은 게 더 궁금하다.


병원에 자주 다니는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내가 알기론 병이란 약을 먹고 의사가 치료해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의 생각으로 치유하는 것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생각을 지닌 채 치료에 임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병에 걸린 사람은 정말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신을 저주하고 삶을 저주할까. 알 수 없다. 내가 만약에 병에 걸린다면 그저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이 병을 빨리 낫게 할지 생각할 것 같다. 사실 그전에 먼저 이 병을 낫게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을 할 것만 같다. 왜 이런 생각이 드는건지 잘 모른다. 그저 글을 쓰다 보니 왠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너무 많은 탓이겠지.


큰 병원 옆에는 장례식장이 다 딸려있는 건지 아니면 몇 군데만 그런건지는 모르겠다. 난 어떻게 보면 병원을 누군가의 병문안이나 내가 치료하는 목적보다는 장례식장을 가기 위해 방문한 적이 더 많은 것 같다. 가까운 사람이 돌아가신 게 아니어서 항상 갈 때마다 별다른 감정의 동요없이 다녀온 것 같다. 난 요즘 이 부분이 조금씩 두렵긴 하다. 한 번도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상실감을 감당할 수 있을지 겁이 나기 때문이다.


아직 내 주변에 크게 아픈 사람은 없다만, 점점 빛바랜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만큼 내가 나이를 먹은 것이겠지만 유독 나보단 내가 바라보는 사람들의 상태가 더욱더 눈에 잘 들어온다. 그들이 세상을 떠나면 난 어떤 감정일까. 그들이 아프기 시작하면 난 어떻게 마음의 준비를 할까. 병과 죽음 자체를 나쁘게 보지 않는 내가 그때서야 그런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들을 저주하기 시작할까. 현재로썬 아무런 짐작도 가지 않는다. 상상을 해봐도 그저 '무'의 반응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게 아직 어리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병원은 좋은 곳도 나쁜 곳도 아닌 것 같다. 그저 하나의 플랫폼에 불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글쓰기 연습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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