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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밥 하나가 주는 지혜

별 일 아니다, 괜찮다

by 달보


keyword, 실밥

실밥 하나가 유독 눈에 밟히는 날이 있다. 깔끔하지 못한 성격의 나는 그런 실밥 정도야 삐져나오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살아가지만 가끔은 그런 실밥조차 내 신경에 거슬리는 날이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런 하잘 것 없는 실밥조차 내게 어떤 지혜를 알려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뭔가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하루의 질이 떨어질수록 괜한 심술이 생긴다. 그런 날일수록 쓸데없는 일을 붙들고 늘어지며 온갖 부정적인 에너지를 끌어다 모은다. 아름답고 청량한 하늘, 시원하고 산뜻한 공기, 생명력 넘치는 풀꽃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눈은 앞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지만 못된 마음은 내 시야를 다 앗아간다. 마음이라는 것에 붙들려 어디로 걸어가는지 알지도 못한다.


그런 날에 실밥은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는 내게 '다 괜찮으니 그만 마음을 놓아도 된다'는 신호를 알려주는 것만 같다. 실밥뿐만 아니라 사물, 자연, 사람 그 모든 것들은 내게 아무 일도 아니니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것만 같다. 당시엔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짜증을 내거나 기분 나쁜 감정을 더욱 증폭시키기만 했지만 돌아보면 모든 것들이 내게 괜찮다며 다독여줬던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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