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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14. 2023

세상의 본질은 하나일까

나의 오만한 착각


인간들의 맹목적인 충실 속에는, 그들의 맹목적인 강인함과 집요함 속에는 사랑스럽고 감탄할 만한 요소가 있었다.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결여된 것이 없었다. 사고(思考)하는 지자(智者)가 그들보다 나은 점이란 단 한 가지, 실로 극히 적은 일, 의식하고 있다는 것, 모든 생의 단일성을 의식하여 사유(思惟)한다는 것뿐, 그 밖의 다른 아무것도 없었다.
 - 책, '싯다르타' 중에서




싯다르타를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주인공인 싯다르타가 자기 자신을 '싯다르타'라고 부르며 본인의 이름을 주체가 아니라 별개의 객체로써 대하는 부분이다. 책을 읽다 보면 '나는 이러하다'가 아니라 '싯다르타는 이러하다'라는 형식이 계속 이어진다. 흔히 사람들은 자의식을 자기 자신이라고 여기지만 싯다르타는 하나의 관찰자로서 자신의 내면 안에 있는 '싯다르타'라고 자칭하는 존재를 탐구하며 살아가는 듯해 보였다.


싯다르타와 같은 위인이나 현자는 속세를 경멸하고 욕망과 쾌락에 취해 있는 일반 사람들을 어리석게 여길 것만 같다고 생각했던 건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있던 편견이었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카마라와 만나는 계기로 인해 속세의 생활을 모두 체험하고 나서 오히려 속세에 젖어든 사람들과 '사고하는 지자'는 단지 의식하고 사유하는 것의 차이밖에 없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물론 헤르만 헤세가 만들어 낸 작품 속 인물이긴 하지만, 정말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자라고 생각한다. 이런 작품을 쓴 헤르만 헤세는 어떻게 동양 철학을 이리도 깊게 파고들 수 있었는지에 대한 감탄도 절로 나온다.


나도 매일 사유하는 자로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예전의 나와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을 경멸하는 마음이 솔직히 아직 남아 있다. 그래서 그런 자들과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저 생각과 의식의 차이가 전부일뿐, 실상 살아가는 건 똑같았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에 취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자체적으로 구분 지었던 것이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을 해왔었는지 싯다르타를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결국 세상 모든 것은 하나라는 내용을 자주 볼 수 있다. 난 일상을 살아가면서 그런 비슷한 느낌을 많이 느끼곤 한다. 나의 모습은 꼭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해서도 나의 모습이 비치는 것처럼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간접 경험을 할수록 이 세상은 뭔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을 정말 자주 했다. 아직 부족한 나의 지혜로 인해 그것을 시원하게 글로써 풀어내지 못하는 게 한스럽다. 하지만 어렴풋하게나마 나라는 존재는 나의 신체에만 국한되어 있는 게 아니라 세상 모든 것에 스며들어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의심하고 세상에 대한 본질에  알아보는 제3의 눈이 뜨이면서부터 난 모든 사람들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하거나 비난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모든 모습에서 나의 부족한 모습을 채굴하고 그 과정을 통해 배움을 얻으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상 모든 사람들은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나씩 짚어가다 보면 정말 세상 모든 것이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는 지점까지 사유의 폭이 확장된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진정하고 유일한 하나의 객체의 존재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세상부터 이해하려고 한다면 나만의 색감은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싯다르타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여 바깥세상을 이해했다. 세상이 아무리 아름답고 찬란하더라도 그것을 인식하는 존재는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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