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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Apr 06. 2023

관심받고 싶은 사람들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 누구의 관심도 필요 없다


관심받고 싶은 사람들

예전엔 으스대는 사람을 보면 '왜 저럴까'라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곤 했다. 그 이상의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단지 성격이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으스대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싶은 마음에 발버둥 치는 것일 뿐이고, 남들의 관심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내면상태가 불안정하고 특히 자기 자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었다.


사람은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냥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왜 살아야 되는지도 대부분은 알지 못한다. 그런 것을 누가 올바르게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스스로에게 질문한다고 해서 쉽게 답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에 대한 통찰을 얻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지만, 아무리 오랜 시간 동안 사색을 하더라도 별다른 깨달음을 얻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주변에는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눈에 보이는 보통 사람들도 대부분은 자신만의 혼란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어떤 가르침을 전해주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그건 그 사람만의 생각이지, 내 삶에 완벽히 들어맞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내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머릿속에 든 생각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은 모두 각자 고유한 영혼을 가진 존재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 살다 보면 영혼 없는 기계처럼 살아간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끊임없이 누군가의 관심을 갈망하게 된다. 어쨌든 사람의 내면에서는 끊임없이 무언가 움직이고 변하고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으려 발버둥 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본인 스스로에게는 관심을 제대로 가지려 한 적이 없으니까.


부모의 무한한 사랑도 올바르고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것과는 살짝 결이 다르다. 사실 부모라고 해서 올바르게 정립된 정서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자신들이 알고 있는 개념 이상의 것들은 자녀들에게 전할 수도 없다. 아무리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남달라도 본인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개념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안타깝지만 부모가 생각하는 관심과 자녀들이 원하는 관심은 세월이 흐를수록 그 결이 어긋날 확률만 높아질 뿐이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문제 같기도 하다.



나를 알아보기 시작하면

하지만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기 시작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하는 사람은 그때부터 삶을 제대로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남들의 관심을 얻으려고 발버둥 치는 짓을 멈추게 된다. 진정한 내면을 탐구하다 보면 남들의 관심 같은 건 안중에도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토록 다른 사람들에게 얻고자 했던 것이 충분히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사람은 으스대지 않고 조용히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그리고 여태껏 믿어왔던 모든 것들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알고 있던 것들 중 대부분이 무의미하다는 것도 알게 되며 비로소 그때서야 자신답게 살아갈 마음을 다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깨달음을 얻는 것만 해도 하루하루 뜻깊은 삶을 살기에 충분한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토록 갈망해 왔던 모든 것들은 모두 내 안에 있었고, 고난뿐이라고 생각했던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본인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라는 진실을 깨닫는다면 일상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현재라는 순간을 즐기려면 스스로를 당당히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외부요소에 완전히 빼앗겨 있던 마음을 다시 내면으로 가져올 수만 있다면, 원래부터 찬란하고 풍요롭기만 했던 삶을 드디어 제대로 바라보는 눈이 생길 것이다.


아마 인생은 그때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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