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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r 26. 2023

금요일만 기다리던 사람이 금요일에 병에 걸렸다

일상의 소중함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


한 지인이 유독 이번주는 시간이 안 간다며 어서 금요일이 왔으면 좋겠다고 평일 내내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금요일에 와서는 병에 걸리는 바람에 며칠 동안 쉬어야 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분은 평일에 미안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

나도 주 5일제 근무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래서 금요일이 반갑지 않다고 하면 솔직히 거짓말이다. 하지만 난 평일도 어김없이 소중하게 대하고 반갑게 여긴다. 월요일이라고 해서 오늘이라는 기적이 달라지는 건 없고, 금요일이라고 해서 기분이 더 좋을 이유도 없으며, 늦잠을 자지 못하고 회사에 출근하는 날도 언제나 행복은 우리 곁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각 요일에 대한 분위기를 미리 마음속에 심어놓고 그날 무슨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아침부터 이미 하루의 분위기를 정해버린다. 오늘이라는 축복이 눈앞에서 아른거리고 있지만, 정작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매일 일어나는 것이다.


이건 모두 다 생각의 짓궂은 장난질에 불과하다. 머릿속의 근거 없는 생각들이 만들어 낸 고정관념들이 각 요일에 대한 기분을 미리 마음속에 심어놓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매일 스스로가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 분위기의 테마를 생각 하나로 정해버릴 수 있듯이 우리는 오늘부터 당장 일을 하지 않거나, 조금 더 쉽고 편안한 일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가진 것들을 포기할 순 없기에, 여태껏 쌓아왔던 것들을 무너뜨릴 순 없기에 그냥 감수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요일은 죄가 없다

난 평일과 주말을 다르게 대하는 심리를 안고 살면 손해라고 생각한다. 일상을 일주일 단위로 나누고 요일별로 생각하는 것 자체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7일 내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축복을 저버리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월요일은 원래 우울한 날이 아니다. 주말 동안 푹 쉬었던 이틀간의 기억과 미련 그리고 다시 주말이 다가오려면 5일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마음이 엉뚱한 곳에 있기 때문에 기운이 떨어지는 것뿐이다.


마음을 현재로 가져오지 못하면,

그 자리엔 언제나 불행이 차지할 것이다.


평일을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주말이라고 해서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평일과 주말을 회사의 출근여부를 기준으로 나눈다. 하지만 피해 갈 수 없는 영원한 진실은 언제나 똑같은 날이 우리에게 펼쳐진다는 것이다. 평일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주말을 맞았다고 해서 과연 뜻깊고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삶의 축복은 주말에만 깃들어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인간은 전등 스위치처럼 on/off 기능이 장착되지 않아서 평일과 주말을 완벽하게 나눌 수 없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주말이 다가오면 평일에 하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들로 하루를 채운다. 정작 주말에 하는 거라곤 전날밤 신나게 술을 마시고 하루종일 몸에 쌓인 독소를 해독하며 늘어져 있다거나, 킬링타임용 콘텐츠에 시간을 갈아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일은 주말이 다가왔으면 하는 마음에 1분 1초를 지루하게 보내다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말이 되면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기에 1시간을 1초처럼 보내게 된다. 대체 그렇게 살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 눈에 그런 사람들은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축복이자 기적이라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내 인생은 스스로 구해야 한다

물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기준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살든 간에 그건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혹시 현재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자기가 원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의외로 내 생각이라고 생각되는 생각들이 정작 내 생각이 아닌 경우가 많다.


안타깝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성장하게 되면 본인이 원하는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겨를이 별로 없다. 나보다 먼저 살아간 사람들도 그저 난잡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기만 바빴을 뿐, 진지하게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본 사람들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정규교육 시스템은 정답 맞히기 게임을 벗어나지 못했다.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나라 중 하나이지만,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대가는 겨우 남이 만든 회사의 커다란 톱니바퀴가 되는 게 전부다.


본인의 인생은 스스로 구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벽에 부딪히게 되어 있다. 어떻게 살아야 될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살아가는 사람은 굳이 평일과 주말을 구분 짓지 않는다. 그런 생각할 틈도 없기 때문이다. 하나에만 온전히 몰입하는 건 그 자체로 행복을 안겨준다.


평일은 주말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만약 주말만을 너무나도 기다리게 된다거나, 월요일만 되면 세상 자체가 암울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면 해야 할 건 한 가지뿐이다.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과연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 건지. 난 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건지. 내가 좋아하는 게 정말 하나도 없는 건지.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삶이었는지.




요일에 따라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내 안의 또 다른 존재가 '잠시 멈춰서 스스로를 돌아보라'라고 건네는 하나의 지표일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나를 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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