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이유가 고작 술 먹기 위해서라고?
좋은 날 좋은 사람들과 만나 한 잔 곁들이며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좋은 게 또 어딨을까. 술은 건강에 해롭지만 술자리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것도 하나의 복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순간들을 만끽하기 위해서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면 인생의 다채로운 면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시간과 사람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하지만 돈을 버는 이유가 고작 술자리 같은 자극적인 순간들을 즐기기 위한 거라면 주변에 널려 있는 소소한 행복은 매번 놓치고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술을 먹는 건 시간과 에너지를 버리는 것과도 같다. 술 먹고 나면 남는 거라곤 숙취와 후회밖에 없다. 술 먹으면서 오간 대화는 정신이 말짱해지고 나면 그리 효력을 발휘하지도 못한다.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중요한 이야기는 술자리에서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맨 정신에는 꼭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사람처럼 말이다.
어쨌든 고생하는 건 본인이 선택한 길이다. 일이 끝나고 나면 꼭 풀 만한 뭔가를 찾아야 될 정도로 고단한 일을 계속하고 있는 건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그냥 다른 길을 걸어갈 용기를 내지 못하거나 현재 부여잡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하나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일을 계속하는 것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그럼 삶을 위로하고자 술을 찾는 건 당장의 쾌락으로 인해 현실을 잠시 잊을 순 있으나 남은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결코 좋지 않은 취미다.
삶의 유일한 낙이 술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위태로워 보인다. 그들은 사람과 장소가 받쳐주지 못하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사람마냥 행동한다. 기댈 곳은 현실을 잊게 만들어주는 술자리와 그 술자리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뿐인 것 같다.
술을 계속 찾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당장의 현실을 잊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마음을 괴롭히던 그 수많은 문제들이 술만 먹었다 하면 사라진다. 거기에 평소에 없던 기분 좋은 텐션까지 올라오니 그놈의 술을 끊기가 너무 힘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도망가지 않는다. 현실을 외면하면 할수록 오히려 문제들은 마음에서 더 불어나게 된다.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삶의 고충은 아마 죽을 때까지 따라다닐 수도 있다. 술자리를 자주 찾게 되는 건 그런 문제들을 미루는 데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중요한 일이 있다. 다만 그걸 깨달은 사람과 여전히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나뉠 뿐이다. 본인에게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술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아갈 확률이 높다. 술은 먹고 싶지만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차마 그쪽으로 시간을 낼 수가 없는 것이다.
반면에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의지할 곳을 찾을 수밖에 없다. 뜻이 없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자연스레 현타가 오기 마련이다. 술 먹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현타를 비롯한 모든 삶의 문제를 술로써 잊어버리는 것이다. 특히 현타가 왔을 때는 자기 자신과 1:1로 솔직하게 마주해야 할 타이밍이라는 신호를 몸이 보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술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는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다. 사람들과 술 마시며 자주 어울리는 그 나날들이 진짜 행복한 건지 아닌지는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만약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마음에 본인을 자꾸 피하게 된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스스로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 꺼리게 되는 것은 뭔가 꼬여 있는 게 있다는 것이다.
술은 의지만으로는 끊지 못한다. 술을 삶에서 밀어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른 일을 찾는 것이다. 할 일을 찾은 다음 술 먹을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만큼 몰입하면 자연스럽게 술은 먹지 않게 된다. 그 일이 만약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처음부터 무작정 덤빈다고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는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진작부터 술에 그리 의지할 리도 없었을 것이다.
삶에 제대로 자리 잡은 술 먹는 습관을 단번에 밀어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그건 욕심이다. 본인 일상에서 현재 술자리가 얼마나 깊숙하게 자리 잡혀있는지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게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과제다. 그다음에 할 일은 소일거리나 취미생활을 알아보는 게 좋다. 어떤 학원을 등록해서 배워도 좋고 독학을 해도 좋다. 할 수 있는 건 많다. 관심 있는 모임에 드는 것도 좋다.
중요한 건 뭐든지 '작게' 시작하는 것이다. 술을 끊기 위해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새롭게 도전하는 일이 마음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냥 평소처럼 술도 먹는 게 낫다.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본인에게 어울리는 그 무언가를 찾기 전까지는 크게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언젠가 할 만한 활동을 찾게 되면 술을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독서, 글쓰기, 헬스, 요가, 그림 그리기 등 뭘 해도 상관없지만 되도록이면 보람과 자료가 남는 일을 선택하는 게 좋다. 술 끊는답시고 게임을 시작한다면 별다른 의미는 없다. 술자리와 게임은 그 특성이 많이 겹친다. 자극만 불러일으키고 남는 것도 없이 결국 현타가 오는 일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애초에 술을 찾게 되는 것이 할 일이 없어서 그런 것인 만큼 자기만의 '일'을 찾으면 술은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인생의 과업이 있는 사람에게 술자리만큼 시간 아까운 건 없기 때문이다. 나 또한 술독에 빠져 살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새벽기상과 글쓰기를 발견한 지금은 1년에 한 번 모이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술을 먹지 않는다.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섭섭해하는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겐 다신 오지 않을 하루를 뜻깊게 보내는 게 더 중요하다.
요는 본인에게 깊은 의미를 안겨주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하는 업무만 일이 아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전부 다 '일'이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의 일을 찾아야 한다. 언젠가 본인만의 할 일을 찾게 된다면 삶을 어지럽히기만 하는 방해요소들은 자연스럽게 물러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