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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Aug 02. 2023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이유

아내와의 행복한 삶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는 건 습관을 넘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아침해가 뜨면 눈이 알아서 떠지듯, 새벽 4시쯤이 되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된다. 늦잠 자고 싶은 마음도, 꼭 이렇게 일어나야만 할까라는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새벽에 일어나서 하는 일은 글쓰기와 약간의 책읽기 그리고 수영. 주는 글쓰기다. 처음엔 무턱대고 더 나은 삶을 살아보고자 막연하게 시작한 새벽기상이었지만, 이젠 글을 쓰기 위해 일찍 일어난다. 새벽에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면 주기적으로 장소를 옮긴다. 한동안은 집에서, 한동안은 집 근처 카페에서. 그래도 안 되면 회사 근처 카페도 가끔 간다. 운이 좋게도 집과 회사 근처 모두 24시간 카페가 있다. 처음엔 집에서도 글을 곧잘 쓰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딴짓하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새벽부터 카페를 가기 시작했다. 지금 쓰는 글도 새벽에 카페로 출근해 쓰고 있는 글이다.


근데 오늘따라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곤히 잠들어 있는 아내의 얼굴을 보다 보니, '이렇게까지 해서 나가는 게 맞나'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아침에 내가 없으면 허전하다고 하는데, 나도 마찬가지다. 새벽부터 혼자 방구석에 틀어박혀 글을 쓰고 있다 보면, 이제 막 잠에서 깬 아내가 부시시한 얼굴로 빼꼼히 방문 열고 염탐하듯 쳐다본다. 그럴 때마다 '이런 게 행복이구나'라는 걸 실감하며 아내의 얼굴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그렇게 아내와 함께 맞이하는 아침을 좋아한다.


오늘따라 그런 일상의 아침풍경이 그리워서 한참동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양치하고 옷까지 다 갈아입었다가 아침에 나 없이 허전해하는 아내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방에 들어가 작업하기 위해 노트북을 펼쳤다. 하지만 작업하기도 전부터 집중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와서 결국 다시 충전기를 뽑고 노트북을 챙겨 다시 카페로 힘겹게 나왔다. 10분 남짓한 시간에 수많은 고민이 오가면서 꽤나 고통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달밤에 카페까지 가는 건 오늘 새벽에만 쓸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다. 글쓰기는 그만큼 내게 중요한 일이다. 특히나 요즘은 단편 에세이가 아니라, 나중에 책으로 엮어 볼 만한 초고를 쓰고 있기 때문에 집중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이유로 사랑스럽게 자고 있는 아내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비록 지금은 아내와 함께 보내는 아침을 포기하면서까지 글을 쓰지만, 이런 노력들로 인해 훗날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아내와 함께 보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오늘같이 힘든 순간에도 그 믿음 하나로 버텨낸다.




아무도 없는 카페에서 혼자 글을 쓰고 있지만, 오늘따라 왠지 아내가 곁에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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