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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Sep 10. 2023

내가 싫어하는 '신혼이라서 좋겠네'라는 말

그 사람이라서 좋은 것뿐


알고 보면 단 한 가지도 같을 게 없는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지만, 뭘 그렇게 사람들은 남들의 삶이 자신의 삶과 똑같다고 생각할까. 그중에 대표적인 말이 '신혼이라서 좋겠네', '신혼은 뭘 해도 좋다'라는 말이다. 난 신혼은커녕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도 생각하지 않는다. 난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매일 마주 보며 깊은 사랑과 교감을 느끼며 살아갈 뿐이다. 결혼은 사회가 우리 관계를 굳이 분류하고자 지은 라벨일 뿐, 우리 앞에선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신혼이라서 좋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이라서 좋은 거다. 내가 행복한 이유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신랑이라서가 아니라, 나와 결이 맞는 여자와 하루하루 살아가고 매 순간을 같이 보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부스스한 모습을 몰래 훔쳐보는 게 좋고, 인상 쓰는 것도 투덜거리는 것도 기분 좋은 표정도 다 좋다.


물론 아내를 처음 봤을 땐, 얼굴도 예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이끌림에 홀려서 좋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단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무슨 일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인간의 삶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 같은 관계조차도 틀어질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하게 될 배우자로서 지내기를 맹세한 이상, 아무런 조건 없이 그녀를 끝까지 사랑하기로 했다. 그동안의 수많은 연애경험과 나에 대한 반성 그리고 삶을 통해 배운 지혜가 없었다면, 이런 큰 마음을 먹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난 인생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소중하게 여긴다.




결혼? 이혼? 그런 제도가 풍기는 기운에 세뇌당해 내 마음과 주변 상황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되기 싫다. 유부남이 되고 싶어서, 애아빠가 되고 싶어서, 사위가 되고 싶어서, 더 큰 집에 살고 싶어서, 때가 된 것 같아서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난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언제나 잘 지내기 위해, 처음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도 똑같이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결혼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인생은 어떤 일을 계기로 확 달라지거나 변하는 그런 정신없는 연극이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흔히들 생각하는 삶의 변곡점에 대한 인식이 어느 한 지점에 쏠려 있을 뿐이다. 살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서서히 일어나고 서서히 사그라지는 법이다. 난데없이 갑자기 벌어지는 일은 단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찌든 더위가 내려앉은 주말 여름날, 집에서 시원하게 입을 벌린 채 코를 골며 귀엽게 낮잠 자고 있을 아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아내를 위해서라도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날이 갈수록 보다 더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나서 깊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아내만의 다정한 남자가 되고 싶다. 옆에서 같이 늘어지게 낮잠 자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고 밖으로 나와 글을 쓰고 있는 보람이 있다. 덕분에 이런 글도 쓰게 됐으니.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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