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진정한 가치
어차피 글을 쓰기로 했으면 오늘 바로 써야 한다. 사람들이 오늘 바로 글쓰기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지가 아직 생기지 않아서', '쓸만한 이야기가 없어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 '블로그를 만들지 않아서' 등 수많은 핑계를 둘러댄다. 글쓰기는 별 게 아니다. 펜을 들어 손글씨를 적거나, 컴퓨터를 키고 메모장에라도 글을 쓰면 그만이다. 어딘가에 올리고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게 글쓰기의 목적이 아니다. 당장 글을 씀으로써 자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는 게 글쓰기의 원초적인 목적이다.
내가 쓴 글을 통해 수입이 생기고, 뜻깊은 제안이 들어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글쓰기는 그런 데서 그치는 활동이 아니다. 나라는 인간을 알아가는 게 글쓰기의 진정한 가치다. 글을 꾸준히 쓰는 게 중요한 이유는 시시때때로 달라지고 있는 자신의 변화를 감지하기 좋기 때문이다. 생각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고 쓰지 않으면 하루하루 얼마나 자신의 심정이 변하는지 알 길이 없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능동적으로 하루를 살아내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휘둘려 이전부터 갖고 있던 고정관념들 대로만 살아갈 확률이 높다.
글쓰기 앞에선 그 어떤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그런 핑계마저 하나의 글감이다. 글이 써지지 않는다면, '글이 써지지 않는다'라도 쓰면 된다. 아무리 애를 써도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손이 선뜻 움직이지 않는다'를 시작으로 글을 써 나가면 된다. 단 한 줄이라도 관계 없다. 단번에 한 편의 완성된 글을 쓰려고 하는 마음 때문에 글쓰기의 시도가 대부분 실패하고 마는 것이다. 한 편의 글이 어느정도 머릿속에 들어찬 사람조차도 단번에 쓰는 게 어려운데, 한꺼번에 확 써 버리고 치우고픈 욕심에 눈이 멀어 능력 이상의 기대를 품는다면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아 한 글자도 쓰지 못할 수도 있다.
사람은 망상에 쉽게 빠지기도 하지만, 본능적으로는 본인 능력의 한계를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달리 말해 기대가 아무리 높아도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기대와 부응하지 않는 현실이 눈 앞에 나타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정작 글쓰기를 시작하면 근거없이 품었던 희망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게 뻔한데 그 누가 쉽게 행동할 수 있겠는가. 자기 자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면 할수록 꼼짝도 하지 못하고 애먼 시간만 낭비하게 될 것이다.
생각을 내려놓고, 아무런 기대도 하지 말자. 아니면 아예 실망할 거라고 미리 생각하고 글쓰기를 해 보자. 그렇게 시작하다 보면 웬만해선 실망할 일도 없거니와, 실망스럽다고 한들 실망한 덕분에 한 편의 토막글이라도 써 낸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면 될 일이다. 그런 작은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한 편의 에세이를 쓰게 되고, 그 에세이들이 모이다 보면 한 권의 책을 펼쳐내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대단한 업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의 글이 별 볼 일 없게 느껴진다면 자신의 개성을 무시하는 꼴이다. 다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들이 나와 같다고 여기는가. 남들과 나는 엄연히 다른 존재라고 여긴다면, 그 생각을 토대로 나만의 글을 묵묵히 쓰면 될 일이다. 남들과 내가 다른 만큼 쓰기만 하면 나만의 독보적인 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꾸준히 쓰다 보면 결국 자기 자신이 드러난다. 내가 쓴 글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글 속에 담겨 있는 날 것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 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자신을 당당히 마주한 용기를 낸 것을 훌륭하게 생각해야 한다. 사실 글쓰기는 쉽지만,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날 것 그대로의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교묘하게 글을 이리 저리 피해 쓰면서 어느 정도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외면할 순 있겠지만, 글을 계속 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모든 모습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처음엔 그런 게 낯설고 심기가 불편하겠지만 이내 스스로에 대한 애정이 점점 깊어지면서 나 자신에게 점점 관대해진다. 그렇게 진짜 나를 찾아가고 진정한 내가 되어간다.
나를 인정할 줄 알면, 타인을 진심으로 존중할 수 있게 되고 나와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지니면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게 되는 혜안이 생긴다. 지혜는 그때 비로소 발현하는 것이다. 지혜를 지녔다고 해서 남 부럽지 않게 떵떵하게 살 수 있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최소한 어리석게 살아가는 삶은 피할 수 있다. 어리석은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편안하고 안온한 인생을 살 자격이 주어진다. 남들이 앞서 걸어간 발자취만 되밟으며 따라가던 자신이 어느새부턴가 스스로의 길을 당당히 개척해 나가기 시작한다면 글쓰기를 시작한 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기회는 오늘 뿐이다.
내일도 결국 오늘이 될 것이다.
미루고 미뤄봤자 글을 쓸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지금 뿐이다.
그러니, 고민 말고 그냥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