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워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상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마음에 쌓인 것들을 해소하려고 할 때면, 오히려 내 안에 있는 것들이 상대방을 거치고 난 후 또 다른 것으로 다시 내게 돌아오곤 했다. 누구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시원하게 감정이 소모되고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그런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는 목적은 각자의 솔루션을 주고받고자 함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고민거리나 문제를 털어놓으면 듣는 이는 본능적으로 뭔가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어진다. 나 또한 누군가가 내 앞에서 자신의 고충을 토로하면 어떡해서든 고통을 덜어내주고 싶은 오만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직접적인 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모든 구원의 손길은 결국 오지랖이 될 뿐이다. 가만히 보면 인간은 얌전히 듣는 것도 잘하지 못하는 아주 까다로운 존재다.
글쓰기가 좋은 점은 내면에 쌓인 것들을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흘려보내준다는 것과 글을 쓰기 위한 환경을 갖추기가 매우 쉽다는 것이다. 종이와 펜만 있어도 되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글을 쓰더라도 와이파이 같은 인터넷도 필요 없다. 글쓰기는 그냥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가 좋은 이유는 예전에는 사람들이 잘하지 못했던 것을 아주 손쉽고 간편하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도 예전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평소에 글 쓰는 습관이 배어 있고 글쓰기가 감정을 덜어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주변 사람들보다는 편안하게 살아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사람을 만나고, 돈을 쓰는 등의 노력을 감수해야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당장 글쓰기를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풀고 쌓인 감정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삶은 마음에 쌓인 것들을 덜어냄으로써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겪는 불행들은 모두 내면 깊은 곳에 억압되어 있던 것들이 현실로 드러나는 것이다. 사람들이 강한 자극을 주는 것들에 중독이 되는 되는 이유는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정체 모를 무언가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그런 자극적인 것들을 활용하여 현실을 외면할수록 마음을 옥죄고 있는 올가미의 힘은 더욱더 강력해질 뿐이다.
요즘은 가만히 있기만 해도 복잡한 사람의 마음을 더 어지럽히는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너무 많이 쏟아진다. 작품을 만드는 생산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것들이 생계를 책임지는 직업이자 꿈이며 인생의 목표겠지만,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을 갉아먹는 것으로 전락할 뿐이다. 뭐든지 적당하고 건전하게 즐기면 좋다고들 하지만 오히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적당히 할 생각이 없다. 생산자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얻지 못한다는 것은 곧 본인들의 입지가 위태로워지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우리는 자극적인 것들이 주는 중독에서 벗어나 담백하고 무덤덤한 행위들을 통해 마음에 쌓인 찌꺼기들을 밖으로 내보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세상의 현자들이 마음을 비우는 것에 대해 강조하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좋은 일이 생겨야만 행복한다고들 믿지만, 진정한 행복은 내면의 평화를 이루는 데서 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자극'은 행복이 아니다.
글쓰기는 마음에 쌓인 글을 내보냄으로써 글을 생산하는 작업이다. 글쓰기가 힐링이 되는 건 마음이 그만큼 비워져서 홀가분해지기 때문이다. 강한 자극에 중독되어 있는 본인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마음속 깊은 수면 아래에 잠들어 있는 감정을 해소함으로써 내면의 진정한 평화를 조성하는 건 글쓰기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비울 수 있다면 이미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현실과 자기 자신을 직시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