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그대는 내게 선물 같은 사람이라오. 세상에 대한 눈이 밝아지면서 남들이 만들어 온 세간의 잣대를 모두 무시하고 나답게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날 응원하는 사람은커녕 무시하고 멀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내 배우자라고 해서 나를 지지해 준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건만 천만 다행히도 내가 사랑에 빠진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나를 지지해 준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오.
난 주변 사람들보다 일찍이 세상에 대한 이치를 깨닫고 그만큼 통찰력이 깊다고 생각했소. 스스로 대단하다고 여기진 않지만, 아직까지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에서는 나보다 깊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을 그리 많이 만나보진 못했다오. 그래서 웬만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소. 하지만 당신의 말은 차마 흘러 넘길 수가 없소. 자만심에 가까울 정도로 지혜가 깊어진다고 생각했던 내가 당신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 갈수록 느끼기 때문이라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다고들 하는데, 당신은 내가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고민과 씨름을 하고 있으며,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고, 뭘 간절히 원하고 있는지 훤히 알고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소. 사랑하는 마음이 통하면 그런 마법을 부릴 수 있는 건가 싶지만, 당신이 나를 꿰뚫어 보는 만큼 난 당신을 꿰뚫어 보지 못하는 걸 보면 그것도 확신하진 못하겠소.
당신의 통찰력은 재능이오. 난 그 많은 독서와 글쓰기가 없었다면 결코 지금에 이를 수 없었을 것이오. 하지만 당신은 딱히 뭘 하지도 않는데 세상에 대한 이치, 평소 내리는 판단, 상대방을 알아차리는 능력 등 모든 것들의 기본값이 월등히 높은 인물에 속하는 것 같소.
당신 같은 사람이 내 아내라는 게 영광이오. 보통 다른 관계였다면 내가 질투할 대상이 됨에 마땅하지만, 내가 곁에서 평생 배우고 본받을 만한 관계에 그대가 자리를 잡은 것이 얼마나 든든한 줄 모르오. 그대의 의지를 본받아 자만하지 않고 초연한 태도로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싶소.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는 만큼 내 안에 깊게 뿌리내린 자만심과 오만함이 세상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갔으면 좋겠소. 왠지 그대와 함께라면 진중하고 겸손한 사람으로 거듭나 훗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좋은 기운을 나눠줄 수 있을 것만 같소.
그대를 만나서 영광이오.
당신이 내 배우자라는 게 자랑스럽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