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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Nov 20. 2023

인생이 점차 최적화되어 가고 있달까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던 나를 구해준 것


브런치북 공모전이 끝나면 맘 편하게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한동안은 마음이 참 복잡했다. 잘 되던 글쓰기도 되지 않고, 매일 하던 새벽기상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알람을 못 듣고 일어날 때도 있었고, 뻔히 알람 듣고 가만히 서 있다가 그대로 다시 드러누워 잔 적도 있었다. 한창 공모전 준비하느라 글쓰기에 열중일 때는 상상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사실 편히 쉬기로 해놓고, 편히 쉬지 못하는 내가 문제였다. 가만히 있질 못했다. 뭐라도 읽어야 할 것 같았고, 뭐라도 써야 할 것 같았다.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막상 실제로 읽고 쓰는데 열중하진 못했다. 뭔가 형식적으로 독서를 하는 것만 같고, 뭔가 억지로 글을 쓰는 것만 같았다. 하나를 끝내고 나면 이전처럼 시원하고 개운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대체 왜 그런 건지 영문을 알지 못했다. 슬럼프라고 하기엔 뭔가 좀 찝찝했다. 어딘가 보이지 않는 장애물에 턱 걸린 것만 같았다. 금세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뭔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계속 지낼 수는 없겠다는 판단 하에 이것저것 나름의 방법들을 찾아봤다. 처음엔 글쓰기에 대한 분량을 조절도 해보고, 모든 걸 내려놓고 예전에 하던 게임도 왠종일 해봤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보였다.


그간 읽고 쓰며 보고 들은 건 많아서인지 금세 명상이 떠올랐다. 명상은 원래부터 조금씩은 하고 있었지만 새벽기상처럼 삶에 완전히 들이진 않았었다. 근데 이젠 명상을 해야 할 때가 온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눈을 감고 생각을 관찰하며 나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하게 된 명상은 이전에 했던 경험과 느낌이 비슷했다. 유튜브로 10분짜리 명상 가이드 영상을 틀고,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의 안내에 따랐다. 여전히 잡생각은 시도 때도 없이 떠올랐으며 그럴 때마다 다시 호흡에 집중하며 음악이 멈출 때까지 양반다리 자세를 유지했다. 그렇게 하루에 두 번씩 반복했다. 아침에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명상한지 하루 이틀이 지나도 별다른 느낌이 오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여전히 수많은 생각들은 나를 스쳐 지나가고, 그런 생각들에 금세 마음을 빼앗겼다가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걸 반복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명상은 놓지 않았다. 흔들리고 있는 루틴을 바로 잡고 싶었고, 원래대로 안정적인 상태를 다시 되찾아야만 했다. 그래야 또다시 글쓰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3,4일 정도 명상을 반복하니 평소보다 집중력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폰을 점점 보지 않게 되었고, 아침에 일어나는 게 조금씩 수월해졌다. 그래서 명상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리고, 명상 가이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그냥 편안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명상이 적응되니 명상 가이드 목소리도 일종의 방해꾼 같았다. 난 단지 호흡으로부터 멀어질 때마다 금세 다시 돌아올 수 있을 정도의 편안한 음악만 있으면 충분했다.


일주일 정도가 지나니 드디어 텐션이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단식할 때 몸이 홀가분해지는 것처럼 명상을 통해 정신이 가벼워진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야 최근의 날들을 되돌아보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었다. 내가 그동안 아침 일찍 잘 일어나지 못하고 편히 쉬지 못했던 부끄러운 이유였다. 그건 바로 야식이었다.




브런치북 공모전이 끝났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반주를 곁들이는 걸 시작으로 그 이후로 계속 저녁 늦게 뭘 먹고 자기 시작했다. 대놓고 늦게까지 먹는 날도 있었고, 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맥주 한 캔은 들이키고 자는 날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니 당연히 몸은 무겁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게 더딜 수밖에 없었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건만, 난 자꾸 의지력 저하를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었다. 여전히 난 어리석었고, 부족했다.


이제 다시 전처럼 저녁 늦게 음식을 먹지 않았다. 더 좋은 건 자기 전에 명상을 하고 바로 잠드는 것이었다. 저녁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니까 새벽에 알람을 맞출 필요도 없었다. 새벽 4시에 맞춰진 알람이 무색하게도 새벽 3시도 되기 전에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눈을 떴는데 더 자고 싶단 생각보다는 이젠 충분히 움직여도 되겠다는 힘찬 기운이 느껴졌다. 그래서 샤워를 한 후 지금의 글을 쓰고 있다.




사실 한동안 꽤 힘들었다. 오죽하면 글쓰기에 대한 벽까지 느낄 정도였다. 그럼에도 글은 꾸준히 어떡해서든 쓰고 있었지만, 평소와는 느낌이 부정적인 쪽으로 많이 기울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힘듦 덕분에 세상은 내게 명상이라는 귀한 선물을 안겨다 주었다. 아주 잠깐 힘들었던 것 치고는 정말 큰 보상을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명상이 좋다는 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명상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명상을 즐겨한다는 건 알고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상은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이제부턴 새벽기상에 더해 명상까지 완벽한 습관으로 들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강하게 든다.


이미 충분히 만족스럽고 행복감이 가득한 일상에 명상까지 더하니 마음 깊은 구석에서부터 든든함이 고루 퍼지는 느낌이다. 약간의 시련을 통해 삶 속으로 좀 더 깊숙이 다가온 명상 덕분에 삶의 질이 한 단계 올라간 듯하다. 인생이 점차 최적화되어 가고 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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