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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Dec 23. 2023

드디어 습관을 들이는 데 성공했다!

는 개뿔


요즘 들어 드디어 새벽기상과 글쓰기가 완벽하게 내 삶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일찍 자는 건 일도 아니었고, 일찍 일어나는 건 훨씬 더 수월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하는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천 자는 기본에 4,5천 자도 식은 죽 먹기였다. 이렇게만 하면 앞으로 무슨 일이든 이루어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는데, 죽지 말란 법은 없나 보다.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모든 일들이 잘 풀린다. 앞으로 남은 인생도 좋은 일만 가득할 것이다.


는 개뿔.




그런 건 없었다. 뭘 꾸준하게 한다고 해서 완벽하게 몸에 배는 건 아니었다.


물론 사람들 앞에서 새벽기상을 습관으로 들였다고 말할 순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게 물 흐르듯이 되는 건 아니다.


물론 사람들 앞에서 매일 글을 쓴다고 자신 있게 떠들 순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 편의 글을 쓸 때마다 매번 술술 써지는 것도 아니다.


매 순간이 시련이고, 고통이고, 반성의 시간들이다.


습관으로 자리가 잡혔다는 건 그나마 뭔가를 시도했을 때 성공할 확률이 조금 더 높아지는 것뿐이지, 한 번 습관을 들인다고 해서 무슨 기능이 로봇트처럼 몸에 탑재되는 게 아니었다.


인간은 그만큼 불완전한 존재다.


요는 '하나의 습관을 들이는 데는 66일이 필요하다'와 같은 것에 너무 의지를 담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이다.

무조건 오늘이다.


초심자도 오늘이 전부고, 숙련자도 오늘의 여부에 습관의 보람이 갈린다.


66일? 66일이 지났는지 아닌지 체감이 가능하기나 할까. 어제 오늘 내일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 66일이 뭔 소용이 있을까.


66일이라는 기한은 단지 오늘 하루의 행동을 좀 더 이끌어 내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몸소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66일이든 100일이든 심지어 천일 동안 꾸준히 뭔가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무너질 수 있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그래서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 '겸손한 자세', '상황은 언제든지 변한다'와 같은 말들을 좋아한다. 무조건 희망적인 말보다는 어느 정도의 흠을 인정하는 문장들을 마음에 담아두려 하는 편이다.


적응은 '적응'하는 순간 끝이다.


내가 겸허를 귀하게 여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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