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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an 24. 2024

글쓰기를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아내가 임신하게 되면서 생겨난 고민

 

우리 부부는 얼마 전 하늘이 내려준 두 번째 선물을 받았다. 다행히 이전과는 다르게 착상도 안전한 곳에 했고 난황도 선명하게 잘 보였다. 첫 번째 임신 때는 난황이 충분히 보였여야 할 시기에 보이지가 않아서 처음부터 적잖이 애를 먹었는데 이번엔 시작이 순조로웠다. 아직 안정적인 시기로 접어든 건 아니기에 최대한 조심을 해야겠지만, 일단은 전에 비하면 상황이 대체적으로 무난했기에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예상치 못한 고민이 생겼다. 그건 바로 글쓰기 문제였다. 


난 글쓰기로 먹고살기 위해 글쓰기를 매일 하고 있었다. 글에 집중하는 이유는 인생의 거의 모든 게 얽혀 있었다. 나를 위해서도 아내를 위해서도 훗날 태어날 우리 아이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래서 난 더욱더 열심히 글을 써왔다. 부족한 게 많은 걸 알기에 쓰고 쓰고 또 썼다. 


하지만 아내가 임신을 하고 나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런 상황일수록 내가 글을 더 열심히 써야 하는 건지, 최대한 아내 곁을 지키며 안정을 취하는데 도움을 줘야 하는 건지 쉽게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처음엔 당연히 아내 곁을 지키며 케어를 해주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그땐 지금처럼 글을 쓰진 못할 테니, 쓸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써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아이가 태어나면 새벽에 카페를 갈 수도, 퇴근 후에 글을 쓸 수도 없을 것이다. 주말에 카페에서 여유롭게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글쓰기를 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니 아이가 아직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더 많이 써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근데 글을 쓰다 보니 혼자서 이런 고민을 하는 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해결책은 어쩌면 아주 간단할지도 몰랐다. 그건 바로 아내와 상의하는 것이었다. 아내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고 그에 대한 대답을 들어보면 아마 판단이 바로 설 것이리라. 


글쓰기가 아무리 좋다 한들, 적당히 할 줄도 알아야 했다. 중도를 지키는 게 얼마나 힘들면서도 중요한 건지 요즘 들어 절실히 깨닫고 있다. 


어쩌면 내가 많이 조급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많고 옆에서 닦달하는 사람도 없건만, 마음은 왜 이리도 급해지는 걸까. 많이 쓰는 건 분명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되지만, 그렇다고 잘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다. 


부족함을 무릅쓰고 주제넘는 행운을 바라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잊지 말자.

다 좋지만, 분명 우선순위라는 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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