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리도 생각이 많아졌을까
자기들은 국민학교 출신이라며 우스갯소리로 떠들던 윗사람들이 그렇게 차이가 나 보였었다. 근데 어느덧 내가 그런 윗사람이 되어가는 것만 같다.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동네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딱지치고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놀던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른다.
어릴 땐 동네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게 삶의 낙이었다. 서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애들이 있을 만한 장소에 나가면 노는 애들이 있었다. 그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다 같이 어울려 노는 맛이 있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점점 친구들이 하나둘씩 동네를 뜨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시절의 난 이사를 가는 친구들이 되려 불쌍해 보였었다. 친구들이 다들 모여 있는 아늑한 동네로부터 떠나는 그들이 새로운 곳에서 친구 없는 외톨이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6학년이 될 때쯤, 동네에 남은 사람은 나뿐이었다. 이전에 놀던 친구들은 전부 다 이사를 가고 없었다. 그럼에도 난 내가 운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었다. 그땐 그 상황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으니까.
순진했던 난 한참이나 나이를 먹고 나서야 그 사태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내가 어릴 적 살았던 그 동네는 소위 '못 사는 동네'였던 것이다. 먼저 이사를 갔던 친구들은 각자 사정이 다르긴 했겠지만, 그럼에도 그들 중 최소한 절반 이상은 더 좋은 동네로 이사를 갔을 것이라고 감히 확신해 본다. 그만큼 나의 추억이 깃든 옛 동네는 '멈춘 곳'이었다. 혹은 도태되고 있는 곳이었거나.
여하튼 멍청하리 만큼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 그 시절은 나름 좋았다. 너와 나 사이의 쓸데없는 저울질을 할 겨를도 없이 맘 편히 어울릴 수 있었던 때가 마냥 좋았다.
지금의 난 어쩌다 이리 생각이 많아지게 된 걸까. 따지고 보면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도 없는 세상인데.
겉으로 보면 한층 삶의 질이 높아진 것 같지만, 실상 알고 보면 아무것도 좋아진 게 없는 세상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