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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14. 2024

나와 나 사이엔 보이지 않는 필터가 있다

자기 객관화가 필요한 이유


타인에게는 관대한 사람이 자신에게는 한없이 야박하게 굴거나, 타인에게는 모질게 구는 사람이 자신에게는 무한정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이 같은 모습은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나 또한 그런 면이 없지 않다.


두 가지 상반된 모습 중 진짜가 있다면 난 타인에게 대하는 쪽이 조금 더 진짜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타인과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이유는 본인을 또 다른 한 명의 사람으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나'라는 특별한 존재로 구분해서 그렇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를 바라볼 때 일종의 필터링이 껴 있는 셈이다. 


애기들이 자신에 대한 모습을 보면,


"민준이 배고파요."

"유준이 코 막혀요."


라는 식으로 말하는 걸 볼 수 있다.


반면에 나이가 들어 자아가 뭉치면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을 민준이나, 유준이라는 사람에서 더 나아가 '나'라는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자신은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은 또 다른 사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나'라는 것에 집착해서 그렇다.


본인뿐만이 아니다. 나이 먹고 '유준이 심심해'따위로 언급하면 오히려 주변에서 먼저 오글거린다고 난리를 친다. 그들도 이미 각자들 '나'라는 상에 맺혀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자기 자신이 가장 귀한 존재라고 한다면 반박할 여지는 없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그런 건 하나의 '의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본인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건 개인 자유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진실로 성립되진 않는다. 모든 건 생각이 만들어 낸 생각일 뿐이다.


유의미한 변화, 좀 더 나은 삶, 전과 다른 인생을 살고 싶다면, 나를 나로 옭아매는 그 생각으로부터 한 발치 떨어져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부터가 순서이지 않을까. 그 가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면, 눈 뜬 장님이나 다름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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